요즘 길거리를 나서다 보면 큰 건물 외벽이나 길거리 인도 변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가만히 보니 22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용 현수막이다, 000당 예비후보라며 연신 허리를 굽히며 미소를 지우고 있다. 평소에는 겨울잠을 자다가 경칩도 지나지 않아 기어 나오니 도둑놈들이 아닌가? 한 행인이 현수막을 가리키며 나의 소견을 묻는다. `글쎄요` 오랫동안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특정 정당을 지지해 왔으나 변함없는 세상에 회의감이 들어서일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조선 시대부터 당파 싸움은 시작되었다. 나라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니,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서로 헐뜯고 싸운다고 정당과 국회의원들을 욕하는 건 옳지 않다. 다만 그 싸움이 국민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그들의 영달을 위한 싸움이라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권력과 명예욕에 눈이 멀어 한자리 차지하겠다고 물어뜯는 걸 보면, 본능이 앞서는 약육강식의 짐승들을 보는 듯하니 구역질이 날 법도 하다, 이번 출마자 중에는 범죄를 저질러 재판 확정을 받았거나 아니면 계류 중인 사람들도 후보로 등록한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들은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 `봉사`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받쳐 애를 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가 없이 행하는 것이 `봉사`다. 나는 지금껏 종교단체나 자원봉사자를 제외하고 봉사하는 의원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국민이 피땀 흘려 일한 돈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어떻게 봉사라고 할 수 있는가? 국민의 대표가 되어 국가 발전에 힘쓰는 건 직무이지, 봉사한다고 단단히 착각들 하고 있다. 직무라도 제대로 수행하면 다행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세금을 자신의 쌈짓돈으로 쓸지 궁리만 한다. 특히 지방단체의 의원들은 해외연수를 빌미로 해외여행을 하는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봉사라는 단어를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세금을 내며, 정말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자들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제22대 총선이 우리들의 코앞에 다가왔다. 매서운 추위를 버티기 위해서는 충분한 겨울잠을 자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경칩이 다가오기 전에 잠에서 깨어 눈을 멀뚱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유세한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다 나온 것일까?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일까? 녀석들의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노래하는 놈도 있고 협박하는 놈도 있고 자기 잘났다고 허풍떠는 놈도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울음소리에 더 이상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경제, 문화, 외교, 안보, 보건, 교육 등 백년대계를 또다시 봉사한다고 떠들어대는 그들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봉사자를 택할지 도둑놈을 택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바로 정치적 무관심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지만, 지지하는 후보의 과거 행적과 내세우는 공약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지지하는 정당에다 표를 던졌을 뿐이다. 결국 도둑놈은 우리의 손으로 뽑았다.
국회의원은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입법 활동과 국정 운영이 올바르게 운영되는 지를 감시하는 자들이다. 도둑에게 이 일을 맡겨서야 하겠는가? 최선이 아니더라도 최악은 막아야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의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이번 선거만큼은 모든 후보에게 귀 기울여 정치적 무관심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참과 거짓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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