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스크바=AP/뉴시스] 대선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이 유력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 승리로 러시아는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울산광역매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압승한 것에 대해 사실상의 정적(政敵) 배제와 선거 투명성 훼손 등을 지적하며 "놀라운 일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사람들의 출마를 막았던 것을 고려할 때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그의 승리가) 새삼스럽지 않다"고 논평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이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모습이 아니다"고 같은 취지로 비판했다.

라트비아 외무부는 "러시아에서 치러진 이른바 대통령 '선거'는 아무런 놀라움 없이 끝났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도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며 검열,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며 "선거 결과에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국영 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공개적인 정치적 토론이 부재했던 것과, 지난달 교도소에서 사망한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 정적에 대한 강력한 탄압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또한 러시아가 2022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선거 지역에 포함한 것도 짚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 점령지에선 투표 요원들과 함께 무장 군인들이 집집마다 방문해 투표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 인권 단체들은 "협박과 강압으로 훼손된 가짜 투표"라고 맹비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비판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은 국제법 상 유효하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폴란드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선거를 흉내내고 있다"고 폄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휴내내고 있다"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그가 권력에 병들고 영구 통치하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악행도 저지를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하는 모든 일은 범죄"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선거 흉내내기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이 사람(푸틴 대통령)은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 피고인석에서 끝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17일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5선에 성공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98.02% 개표 수준에서 역대 최고치인 87.34%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임기를 6년 연장해 30년을 집권하게 됐다. 현행법상 한 번 더 도전이 가능해 6선까지 성공하면 2036년, 84세까지 사실상 종신집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