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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서북미 문인협회> 고사리
 
박순실 시인 수필가   기사입력  2024/03/26 [19:45]

▲ 박순실 시인 수필가     ©울산광역매일

 이 이야기는 내 친구의 이민사에 대한 것이다. 미국에 살고있는 시누이가 한두 해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온 집안은 잔칫집이 되었다. 시누이가 사 온 선물들은 신기하고 귀한 것들이었다. 시누이의 미국 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내 친구는 미국을 동경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시누이가 보낸 이민 초청장을 받았을 때 너무 좋아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이민을 망설이는 남편에게 시누이가 들려주었던 미국 생활을 상기시켰다. 그곳은 기후가 좋고 자식들은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노후가 보장되는 나라라고 남편을 설득하고 애원하였다. 그래서 드디어 친구 가족은 이민을 왔다.

 

 막상 이민을 와서 보니 언어 장벽 때문에 생계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일거리 걱정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일에 부딪힐 때마다 남편은 이민 온 것을 후회하였다. 또한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오히려 정들지 못하는 타향에서의 괴로움을 친구에게 풀기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원망해 삶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어느 날 너무 답답해 가출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자식들의 눈물과 애원에 다시 마음을 다지며 살았다. 그러한 가시덤불 속에서도 다행히 자식들은 미국을 좋아하고 공부도 잘해 씩씩하게 자라며 늘 친구의 편이 되어 주었다.

 

 여기 시애틀은 비도 많지만 날이 좋을 때는 엄청 환상적이다. 그런 날씨 덕에 자연풍광이 좋다. 친구도 차차 미국 생활에 적응하며 계절을 따라 조개도 캐고 미역도 따고 오징어 낚시에도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울고만 있기에 시애틀의 자연은 너무 좋았다. 일년내내 만년설이 쌓여있어서 여기 동포들이 눈산이라 부르는 레이니아산(Mt. Rainier)의 고사리는 맛이 좋고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어느 날이 화창하던 날, 그 친구와 눈산으로 고사리를 따려고 갔다. 굵기가 손가락 굵기만 하지만 야들야들하다고 감탄하는 그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나절 고사리를 땄다. 곧 큰 비닐로 한 봉지가 되었다. 친구는 집에 돌아가 뒷마당에 솥을 걸고 고사리를 삶아냈다. 모처럼 햇살 같은 마음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인기척도 없이 남편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그 뜨거운 솥단지를 번쩍 들어서는 뒷마당에 패대기를 쳤다.

 

 뜨거운 김과 고사리들이 뒷마당에 널브러지고 솥단지는 뒹굴며 굴렸다.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단지 옆에서 두 다리를 뻗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으로 살아온 이민 삼십여 년, 그녀의 자녀들은 다 자라 직장도 가지고 결혼도 했다. 이젠 용돈까지 챙겨주는 자식들이 되었다. 그 사이 그토록 이민온 것을 후회하고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던 친구의 남편은 세상을 떠났다. 친구는 이런 얘기를 들려주며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나도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부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미국에 뿌리내리기를 거부하며 살았던 그의 영혼은 지금쯤 그리운 고향 언덕을 맴돌며 자기 안식처를 찾고 있을까? 아니면 낯설게 변해버린 고향에서 또 다른 타향을 느끼며 다시 훨-훨 아내와 자식 곁으로 돌아와 함께 머물며 그동안 못다한 사랑을 시애틀 비로 아내의 남은 삶을 적시고 있을까 궁금하다.

 

 와싱턴주 페더럴웨이에서

 


 

 

약력: 박순실(시인, 수필가,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춘천교육대 졸업

     교직생활 10년

     제10회 뿌리문학신인상 수필부문 당선

     제19회 뿌리문학신인상 시부문 당선

     뿌리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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