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화 울산 신정중 교감  © 울산광역매일

 중학교 교원으로 근무한 지가 올해로 어느덧 30년 차에 접어들었다. 공립학교는 해마다 많은 학생과 교직원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동료 교직원들과 짧게는 일 년, 길게는 4~5년을 함께 근무하게 된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는 직장 동료는 근무 환경과 질을 좌우한다. 

 좋은 동료와 함께 근무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동료가 있다. 온화한 얼굴을 바라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고 행복해진다. 올해 들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호승 시인의 시 `봄 길` 한 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 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이하 생략)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봄 길을 만들며 묵묵히 걸어가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한다. 

 `호미, 빨간색 반 코팅 목장갑, 전지용 가위, 갈퀴, 운동화` 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기는 하지만 모두 그녀의 신발장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이다. 신발장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보노라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태도와 자세가 보이는 듯하다. 그녀는 바로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행정실장이다. 학교의 `맥가이버`로 통하는 그녀는 퇴직을 몇 달 앞두고 있어 교직원들이 모두 작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출근길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매의 눈(Hawk eye)`으로 학교를 살핀다. 학교 시설의 안전, 깨끗한 환경, 꽃 한 송이와 풀 한 포기까지 그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학교의 큰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도 계절마다 꽃을 심고 가꾸며 화단의 풀을 뽑는다. 학교 구석구석까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사전에 시설을 점검 하고 보수관리를 철저히 한 덕분으로 학교는 늘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학교에서는 종종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무실과 이를 지원하는 행정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교과서를 주문하고 학생들에게 배부하는 업무나 재난 대피 훈련 등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업무로 인해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에 업무 분장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교과서 배달 차량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 그녀는 벌써 장갑을 끼고 교과서 하차 작업을 함께 시작한다. 땀 흘리는 것을, 흙이나 먼지로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을 즐기는 솔선수범하는 공무원의 모습 그 자체이다.

 한국 사회에서의 공무원은 여전히 무사안일, 복지부동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 그녀는 필자가 지금껏 만나 본 공무원 중 최고의 공무원이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공무원이다. 단언컨대 한강 이남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을 듯하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필자가 좌우명으로 삼는 글이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지금 서 있는 곳이 모두 진리이다`라는 뜻으로 모든 일에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주인 정신을 강조한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첫째가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지 객(客)이 아닌 주인이 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의 요건이며, 또 공무원이 갖추어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실천과 행동으로 동료와 후배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그녀를 기억하고, 아름다운 공무원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