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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회>입속에서 붉은 것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05/22 [18:16]
한 순간에 붙잡혀 여기까지 왔다
영문도 모른 채 오랏줄에 묶여 수족관에 갇혀 있다

지은 죄가 있다면
하품을 하면서 입을 좀
크게 벌렸다는 것 밖에 없다는
저 말조개

아까부터 입속에 모래 하나 숨기고 있다
진주를 위하여

민물 속에 오래 담겨 퉁퉁 불은 입
조롱하듯 유리벽을 툭툭 치자
놀랬다는 듯이 까불지 말라는 듯이
얼른 입을 다문다

말조개는 오래도록 속이 메스꺼웠을 것이다
산고의 고통이 클수록
진주가 빛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말조개는

늙은 몸으로 흐린 세월을 견디다가
진주 하나 토해내면 지은 죄도 용서받을 것이다
캄캄한 수족관에서
웅크리고 있던 말조개의 상처 입은 조갯살이

아픔을 뭉쳐 진주가 되었다
입속에서 붉은 것은 모두 진주다

 ‘세치 혀’는 길이가 세 치밖에 안 되는 짧은 혀라는 뜻이다. 이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뛰어난 언변을 이르는 말로 중국 전국 시대에 평원군의 식객 노릇을 하던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세 치밖에 안 되는 혀로 초나라의 구원병 20만을 파견하게 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명심보감 언어 편에는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어느 곳에 있어도 편안할 것이다’고 했다.


내가 한 말을 상대편이 얼른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조리 있는 표현이 절대적이다. 조리 있는 표현은 지적 수준이 받침이 된 정리된 언어구사를 한때 가능하다. 너무 많은 말을 막 쏟아내는 것은 말의 공해이자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폄하하는 것이다.


절제되고 압축된 언어로 시를 쓰듯이 정제되고 간결한 문장으로 수필을 쓰듯이 입을 다독거린다면 인간관계가 한충 좋아질 것은 자명하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올바르게 해야 한다. 할 말이 있어도 말을 참는다는 의미의 ‘유구무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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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22 [18:1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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