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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회> 똥탑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08/01 [14:43]

 선암사 해우소 입구

‘깐뒤’라는 현판이 볼 일이 급한 중생들에게

어서 오라고 눈짓을 한다
옳구나
여기서는 먼저 깐뒤 나중에 일을 보는구나
때로는 웃기는 말이 가슴을 친다
눈치 하나는 번갯불에 콩 튀겨 먹는 사내가
얼른 엉덩이를 까고 앉았다

 

선암사 해우소에서 쪼그리고 앉아 똥을 쌀 때
송광사 해우소에서 끙~ 앓는 소리로 호흡을 조절하고
대흥사 해우소에서 이마에 힘을 주면
김룡사 해우소에서 똥이 똥똥똥 꽃잎이 되어 떨어진다
영은사 해우소에서 근심걱정을 밀어내는 보살 하나가
보덕사 해우소에서 밤하늘별을 생각하더니
개심사 해우소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다시 똥꽃으로 피어난다
수타사 해우소에서 텅텅 바닥 치는 소리가
동화사 비로암 해우소에서 아득하게 들릴 줄이야

 

대변大便은 큰 똥이 아니라 크게 편하다는 것이다
속을 비운다는 것은
삶이 분별과 속박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
뒤가 급해 해우소에 가는 사람들은
입구에서 먼저 깐 뒤 마음 놓고 똥탑을 쌓거라
똥은 싸는 것이 아니라
밀어낸 근심을 정성으로 쌓는 것이니

 


  

똥은 신호 역할을 한다. 황조롱이는 흑쥐가 싸 놓은 똥에서 발산되는 자외선을 감지하여, 흑쥐가 숨은 장소와 개체수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환경 적응은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그런가 하면 생명체가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도 된다. 어떤 애벌레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 받을 때  똥을 폭발적으로 분사하여 포식자의 후각을 고통스럽게 한다. 또한 똥은 향선에서 분비되는 페로몬으로 영역 표시를 한다. 사냥꾼들은 동물의 똥을 살핌으로서 짐승의 종류와 갯체수까지도 파악한다.
 일부 곤충이나 동물들은 똥을 주식으로 할 뿐만 아니라 영양을 보충하기는 경우도 있다. 말똥구리나 쇠똥구리를 비롯해서 새끼 코끼리는 장에 유익한 균을 확보하기 위해 어미의 배설물을 먹는다. 원숭이도 영양을 보충할 목적으로 똥을 먹는다. 인간들에도 똥은 중요하다. 똥은 거름이 되어 채소나 과일을 키운다. 채소나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똥을 먹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똥을 못 싸는 것을 변비라고 한다. 똥을 잘 싼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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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8/01 [14:4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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