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고향에는 부르기에 좀 거시기한 별명을 갖은 친구들이 많았다
조딲개 양꼼보 금부랄 오할로 똥싼바지
한결같이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거나 겨울에는 소매 끝이 반질거리던 그들이 있어 동창회를 하고 그들이 있어 마을 어귀 느티나무에 새싹이 돋아난다
며느리 밑딲게 풀 개불알꽃 애기똥풀 황새냉이 매발톱나무 쥐똥나무 이름도 희한한 별 볼일 없는 풀들과 형편없는 나무들이 들과 산을 지키듯이 못난 자식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에 뼈를 묻는다
해마다 추석이 되면 귀향열차를 타고 고향을 향하는 사람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던 시절이 있었다. 자손들은 당연히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인사를 하고 산소를 돌봤다. 요즘은 어찌된 영문인지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는 진풍이 벌어진다. 자식이 출세를 하면 국가의 자식이고, 성공하면 장모의 자식이고, 출세를 못하고 성공을 못하면 내 자식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옛 어른들은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조상들의 산소를 지키고, 고향을 지키기는 것은 못난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하수도가 막혔다고 외국에 있는 아들을 부를 수 없고 전구가 나갔다고 서울에 있는 자식을 부를 수도 없다는 말이 씁쓸하게 들리는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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