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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회 <툭>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10/30 [14:45]

사과나무에서 사과 하나가 툭 떨어졌다 순간
청동미륵반가유상의 눈이 빛났다
뉴턴의 아담애플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게워내더니
지상의 허기진 인간들을 긍휼矜恤히 여겨
사과는 한 끼니 밥이 되었다

 

툭 치고 가는 어깨 하나가 있었다 툭하면 눈물 글썽이던 얼굴

 

세상에 툭 아닌 것 어디 있겠나
우기지 말고 한 번 뒤집어 봐 툭하면 삐지지 말고
흰 이빨을 던져 봐

 

그대가 던진 툭
큐피드 화살이 되어 내 심장에 꽂혔다
포물선으로 무지개가 되어

 

바둑판에 바둑알을 놓듯
툭 던진 돌멩이가
어둠 속을 날아가더니 툭 무딘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툭하면 눈물 글썽이던 얼굴이 서쪽 밤하늘에 떠있는 그믐달을 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멀리서 개 짓는 소리 들려오는 밤 잠 못 이루고 온몸을 뒤척이었다. 팍팍한 현실 앞에 주저앉기도 했다. 번갯불처럼 지나간 젊은 날들이 먼지처럼 쌓여 어느새 언덕을 이루고 그 아래 냇물은 동요 같은 악보를 그리며 조잘조잘 흘렀다. 수십여 년이 흘러도 여전한 것은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툭하면 인생은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나는 그게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툭툭 털고 앞을 보고 달렸다. 툭하면 눈물 글썽이던 얼굴은 툭하면 치이고, 툭하면 흔들리는 나에게 살아가는 힘이었다. 지금은 내가 소리죽여 울 때 그만 그치라고 다독여주는 사람이 없다. 오랫동안 글썽이던 눈물 한 방울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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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0/30 [14:4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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