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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회>은행나무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12/04 [15:53]

 천 살도 더 먹었다는 은행나무가 설법을 한다
염화시중의 미소를 띠고서
가을볕에 잘 익은 말씀을 한다
용문사 입구에 중생들을 모아놓고
대웅전에 좌정하신 부처님을 배알하기 전에
마음의 거울을 닦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라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일갈하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용문사에서 흘러나오는
부처님의 말씀을 공으로 얻어먹고
미안한 마음에서라는데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처님을 잘 섬기는 것이라며
은행나무가 온 몸에 힘을 준다


구슬 같은 은행 똥을 보시하는 동안
넋을 놓고 은행나무를 바라보던
중생들이 하나 둘 절 마당에 쪼그려 앉더니
땅에 떨어진 동그란 말씀을
마음주머니에 주워 담는다


이승에서 속절없이 사리舍利들을 토해내고서
저물어가는 가을 끝자락에
신열을 앓다가 가는 부처 같은 사람 하나 있다
노란 은행알 처럼
무욕의 알몸으로 저 화엄 세상을 향해서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로 5월에 꽃이 피며 10월에 열매가 노랗게 익는다. 우리나라에 생존하고 있는 은행나무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용문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로 나이를 약 1,100여년으로 추정한다. 높이 60여 미터에 둘레가 12.3m를 넘는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신라의 마의태자麻衣太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던 도중에 심은 것이라고도 하고,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뿌리가 내려 성장한 것이라고도 한다. 은행나무는 화석 식물이라고도 불린다. 독특한 생존 방식으로 오랜 세월을 견뎌왔다는 얘기다. 은행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는 해충의 접근을 막고 표피는 코르크층과 같은 기능을 하여 더위와 추위를 막아준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이 뛰어난 수종으로서 자연재해를 잘 이겨내 오늘 날에 이른 것이다. 장수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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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04 [15:5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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