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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회>눈 내리는 겨울 밤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12/25 [13:53]

 

눈이 내립니다 장독대에 내리는 눈은 어머니의 장독들이 깨질까 봐
사륵사륵 내려 가만가만 쌓입니다

 

간장독에도 된장독에도
눈은 내려
간장은 깊은 맛을 베고 잠이 들고 된장은 된장국을 생각하며 꿈을 꿉니다

 

어머니가 동치밋국을 뜨러 나오면
장독들은
머리와 어깨에 내린 눈을 떨어내며 어머니를 반깁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밤은 수많은 흰 꽃잎들이 나풀나풀 내려 와
장독들 사이에서 어머니가 눈사람이 되는
그런 밤입니다

 

 


 

 

 

겨울밤은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밤이다. 잠못들어 뒤척이며 보내는 밤은 결코 아니다. 민화투를 치던 할머니를 생각하게 하고, 섰다판에서 돈을 잃고 풀죽어 들어오던 아버지를 생각게 하고, 닭서리로 긴긴밤을 희희덕거리다가 다음날 혼줄 난 일을 반성하며, 구둣솔처럼 자란 턱수염을 쓱 문지르는 밤이다. 겨울 밤하늘에서 차갑게 빛나는 별을 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이 춥고 험할지라도 어딘가에는 길을 안내하는 별이 있고 그 별을 따라가는 양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화롯불에 밤을 구워 등잔불 아래에서 까먹는 겨울밤은 어디로 사라져 해마다 겨울이 오면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오는지, 대낮처럼 밝은 형광등 아래서 TV를 보며 피자나 치킨을 먹는 아이들은 알기나 할까? 불빛이 다 꺼진 겨울밤. 사람의 마을에서 빛나던  유년의 내 별을 찾아본다. 웅숭그리는 겨울밤이 있어 꽃피는 봄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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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25 [13:5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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