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173회>겨울 밤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01/22 [14:24]

새벽녘까지 밤의 책장을 넘기다가
눈이 침침하고 허리도 아파서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 하나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들고 있는 커피 잔에
한 여자를 울린 죄 떠 있었다
바로 앞 건지산에서 이름 모를 새가 운다
이 밤에 잠 못 드는 게
어디 너 뿐이랴
그 여자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지금쯤 커피 잔을 들고
어둠속에서 별을 보고 있겠다

  


 

 

겨울밤은 태초의 적막이자 현실적 고요다. 차디 찬 밤하늘은 심장을 얼어붙게 한다. 여전히 눈이 내리면 세상은 딴 얼굴이다. 나무도 하얗고, 집들도 하얗고, 거리도 하얗다. 순백의 향연장이다. 베란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가로등은 가슴이 쓰리도록 차갑게 다가온다. 백설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교만하고 타락하고 이기적이고 갈등과 증오만 아는 비정하다 못해 피를 부르는 사악한 인간은 그리지 않겠다. 다만 산과 강과 나무와 풀과 꽃을 그리겠다. 그리하여 내 그림은 산은 산으로 가부좌를 틀고, 강은 강으로 흘러 유장하고, 나무는 나무들과 어깨를 짜 숲을 이루고, 풀은 풀대로 자유롭고. 꽃은 향기로 세상을 적실 것이다. 그림이 완성되기 전에 한 사내가 새벽잠을 설쳤는지 연신 눈을 비비며 눈길을 간다. 사내의 허리띠를 잡고 따라가는 그림자가 발자국을 찍는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내 영혼이 눈 위에 눈물을 뿌린다. 한바탕 꿈이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7/01/22 [14:24]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