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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회>겨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02/05 [14:24]

 군고구마 리어카 장작불도 꺼진지 오래다
팔짱을 끼거나 웅숭그리며
모두가 돌아간 골목
눈은 내리지 않고
잠들 곳 없는 별 하나가
담벼락에 기대어 캄캄한 하늘을 본다

 

아직도 불이 켜진 작은 창들이 뒤척이면
염원의 흰 꽃들은 말라버리고
골목 저 끝까지
길바닥은 유리알이 되어 번뜩인다

 

어디선가 얼음장 깨지는 소리
가슴 한 복판을 긋고 가면
가난의 실루엣은
골목 창문마다 오랫동안 흔들리고 있다

 


 

 

수입이나 재산이 적어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어려운 가난은 간결해서 좋다.

 

김치와 깍두기뿐인 밥상이나 후줄근한 옷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쓸쓸하게 하지만 가난 속에는 고귀한 기품이 있다. 뷔페를 먹는 저녁과 최고급 의상은 허전한 마음을 다 채울 수 없다.

 

부자라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부자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가난한 사람의 주위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을 더욱 강하게 결합시키는 것이 가난이다. 가난한 사람은 늘 혼자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가난한 사람의 고독보다 부유한 사람의 고독이 더욱 공허하다. 하지만 부자가 가난해지면 사람들은 부자 곁을 떠난다. 슬프게도 가난은 추억 속에서만 아름답다. 가난하기 때문에 시인이 되고, 가난하기 때문에 철학자가 되고, 가난하기 때문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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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2/05 [14:2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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