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하면 내장산이라기에 산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 보았다 햐- 죽인다 한숨인지 신음인지 나도 모르게 입이 반 쯤 벌어지는데
한 평생 쎄빠지게 고구마 밭에 엎드려 살던 황등 아지매들 고구마 가마니에서 고구마 쏟아지듯이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단풍놀이를 왔나보다 관광버스가 도토리묵에 동동주 둬 사발씩 마시는 동안 황등 아지매들이 차고 있던 개짐을 온 산에 내 걸면 산 가득 채우고 남을 저 붉은 꽃무늬들 오늘이 지나면 다 지고 말 것 같아서 절구통 같은 몸을 최대한 흔들면
내장산 단풍은 해롱해롱 밤새도록 선혈을 쏟아 달거리를 하고
단풍을 한마디로 말하면 기온 변화에 따른 나뭇잎의 색소 변화다. 그것은 수명을 다해 낙엽이 되는 나뭇잎의 소멸과정이다. 여기에는 죽음의 서곡이라는 뜻이 있다. 단풍은 지기 전 까지는 아름답다. 우리들의 인생 황혼도 마찬가지다. 노년은 완전한 성숙이자 잘 익은 열매와 같다. 그것은 빛나는 인격과 고매한 교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모범이 되고 사표가 되고 교훈이 된다.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함께 있어도 서럽고 옆에 있어도 고독한 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우고 버리면서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 거기다가 단순 소박하면 더 좋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으로 떨어질 때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삶의 과정들도 이와 같다. 단풍은 나무의 한숨이자 체념이다. 비움의 간절한 표현이다. 봄여름을 건너 온 가을 축제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생 역시 단풍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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