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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회> 밤꽃 뜨겁게 피는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7/04 [18:39]

달빛이 밤꽃 내음을 바소거리로 마당에 퍼다 붓고 있었다

뒷집 여자가 치약을 짜는지 

괜히 칫솔을 하고 싶은 밤

넝쿨장미가 담장 허리를 감고 

몸을 비비 꼬면 

발장난 암고양이가 담장 아래서 제 혓바닥으로 

제 코를 핥는다

 

어디서 또 밤꽃이 피는지 숫코양 발자국소리 들린다

달빛을 펴들고 몇 장을 넘겼는데도 

잠은 멀리 가서

밤꽃 내음 밀려오는 앞산 기슭을 더듬는다

밤꽃이 내게 와 옷을 벗는 밤에는 

밤꽃 내음에 몸을 맡기면 

나도 남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밤꽃 뜨겁게 피는 

그런 밤에는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유월의 밤꽃 아래에 서면 현기증이 난다. 비릿한 밤꽃 향기는 기분 좋은 향기는 아니다. 흔히 남자의 정액 냄새 같다고도 한다. 강한 양기陽氣가 뭉쳐 있는 향이기 때문이다. 속설에 의하면 밤꽃 향은 과부로 하여금 잠 못 들게 하는 향이라고 한다. 옛말에 과부들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엄동설한을 견딜 수 있어도 창문으로 스며드는 ‘밤꽃 냄새에 수절하기 힘들다’고 했다. 밤꽃 피는 유월은 불륜不倫의 달이다. 불륜이란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윤리를 벗어난 남녀관계를 뜻한다. 불륜도 깊이 들여다보면 여성 비하적이거나 성의 불평등으로 점철돼 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밤꽃 냄새를 두고도 시도 때도 없이 성 충동이 강한 남성을 숨기고, 불행하고 약자인 과부를 등장시켜 뒤집어씌운 말이 ‘유월은 불륜不倫의 달’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밤꽃이 지면 꽃 진 자리에 송알송알 밤송이가 맺힌다. 밤송이는 가시가 있어 손으로 잡기는커녕, 떨어지는 밤송이에 맞으면 부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밤나무는 씨인 밤톨을 두세 알씩 모은 뒤, 겉에 또 하나의 보호 장치인 날카롭고 억센 가시를 갖는다. 이것은 최적의 생존 장치다. 속껍질, 겉껍질, 가시 등으로 이중 삼중의 보호 장치는 밤알이 뿌리를 내리고 싹이 틀 때까지 밤의 생명을 온전하게 보호한다. 이것은 인간들이 배워야 할 안간 힘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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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04 [18:3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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