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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회> 사과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10/16 [18:01]

사과나무에 주렁한 사과들이 탐스럽다

지난 밤 비바람을 견디어 아침에 사과가 되었구나

세상의 단맛에는 쓰디 쓴 수고가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자세히 보니

어느 것은 잘 익어 금방 손이 가고 어느 것은

눈길을 보내기에도 시들하다

과일가게에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이하면

누가 먼저 주인을 만날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한 알의 사과를 봐도 어느 부분은

완전하게 익은 기쁨이고 어느 부분은 상처가 깊다

세상의 어떤 금빛 사과도 벌레 먹은 사과도

한 가지 숨길 수 없는 것은

사과나무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과들은 불쌍하게도

피를 나눠 붉게 익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잘 익은 사과를 보면 마음까지 풍성해진다. "사과"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동음이어同音異語로 사과나무 열매를 뜻하는 `사과沙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사과謝過`, 박과에 속한 한해살이 덩굴풀인 `사과絲瓜`가 있다. 동음이의어는 소리는 같지만, 뜻이 다른 말이라는 의미로 소리가 우연히 같을 뿐 의미의 유사성이 없는 말들이다. 예를 들면 `사람의 다리-강이나 내를 건너는 다리`, `실을 감다-눈을 감다-머리를 감다` 또는 `벽지를 바르다- 생선 가시를 바르다-행동이 바르다` 등을 들 수 있다. 동음이어는 상황을 인지하거나,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어떤 단어를 가리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사과 한입 베어 물고 사과하자, 경력 조작한 것도, 논문 표절한 것도, 말실수한 것도 사과하자. 아니면 너를 미워한 것, 왕따 시킨 것, 뒷담화 깐 것,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사과하자.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사과해야 할 때다. 지난날, 잘못 생각하고 살아왔음과 지금까지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혔음과 게을러서 누리지 못한 아름다운 순간들에게 사과하자. 혹독하게 몰아붙인 인생에게, 투쟁하듯 달려온 삶에게, 낭비해버린 시간들에게, 귀찮아서 접근하지 못한 행복에게, 소홀하게 생각했던 인간관계와 수없이 지키지 못한 약속들과 시기 질투했던 모진 마음에게 사과하자. 사과하면 입안에 든 사과 맛이 태옹가리에 물 대듯이 목구멍을 적실 것이다.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 용서할 것이고, 잘못된 지난날이 용서할 것이다. 사과는 용서하는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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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0/16 [18: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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