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쌀 한 부대를 팔아왔습니다 쌀을 보니 갑자기 목이 멨습니다 한 톨 한 톨은 맑고 투명한 아버지의 땀방울입니다
쌀부대에서 아버지가 한 그릇의 밥을 들고 걸어 나옵니다
새벽별을 보고 들녘으로 나가 어둠을 지고 돌아오던 아버지
아버지가 내민 밥을 보자 두 손이 떨렸습니다 밥그릇이 오래도록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밥값이란 밥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값’이다. 밥을 먹고 내는 돈 만이 밥값이 아니다. 우동 한 그릇 국물까지 다 마시는 것도 밥값이다. 길을 묻는 노인에게 길은 인도하는 것도 밥값이다. 젖은 눈을 바라봐주는 것도 밥값이다. 운동하고 샤워하고 조용히 책을 읽는 것도 밥값이다. 효도가 아니어도 좋다. 늙은 부모 등골을 빼먹지 않는 것도 밥값이다. 분노하고 증오하지 않는 것도 밥값이고 비판하고 도리질치지 않는 것도 밥값이다. 결혼식장에서 사돈끼리 밥값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는 않는 것도 밥값이다. 소는 여물 값을 해야 하고 사람은 밥값을 해야 한다. 세상에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밥값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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