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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3/05/05 [16:38]
쪼그리고 앉아서 먹네 혼자서 먹네
일회용 라면을 받쳐 들고
얼굴이 까만 젊은이가 재생타이어 공장 구석에서
꾸불꾸불 먹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짧은 점심시간을 먹네
김 서린 안경 유리알 속으로
고향에 두고 온 여자의 얼굴이 불어터지네
라면발 같은 길을 따라
언제 돌아갈 지 더듬더듬 길을 찿네
노동의 혼불 속으로
몸을 던져
맑고 고운 진신사리眞身舍利가 되어야
그때 비로소 고향으로 간다네
속눈썹이 젖은 여자에게 줄
라면 한 박스 들고 훠이훠이 간다네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치킨라면’이란 이름으로 삼양회사에서 태어났다. 가격이 10원. 당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30원이었으니 가격이 저렴했음이 분명하다. 군대에서 라면을 만났다. 주로 일요일 점심으로 나오는 군대라면은 사회에서 먹는 라면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취사장에서 일찍 배식을 받는 사람은 건더기는 없고 국물이 구할 이었다. 늦게 배식을 받는 사람은 라면이 퉁퉁 불어 새끼 손가락만 했다. 젓가락으로 건들기만 해도 흐물흐물 문드러지고 말았다. 그것조차도 없어서 못 먹었으니 생각해도 눈물이 나온다. 어렵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줬던 ‘제2의 쌀’ 라면은 이젠 ‘인스턴트식품’이란 이름으로 구박받는 처지가 됐다. 그래도 동지섣달 긴긴 밤 출출할 때 라면 두 개에 계란 하나 풀어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그 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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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5/05 [16:38]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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