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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3/09/08 [16:45]
자작나무들이 햇빛에 잎을 뒤집고 있었다
하늘이 키우는 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작나무에게 물었다
지금 생각은 흰지 검은지
회색빛은 어느 쪽으로 얼굴을 돌려야 하는 것인지
수피를 벗겨 편지를 써 보냈지만
오래도록 자작나무 숲은 바람 한 점 없었다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내게 보내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과
나무는 뿌리째 뽑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꼭대기에 오르면
저 아래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길 없는 숲이 인생이라면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자작나무에 회색빛 등을 기대는 날
설사 운명의 신이 고의로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자작나무 숲은 통째로
아궁이 속으로 붉게 타들어가면서 자작자작 소리를 낼 것이다

자작나무는 樺(화)로 표기한다. 흔히 결혼식을 화촉이라고 말하는데 예전엔 촛불이 없어 자작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 대용으로 했기 때문이다. 자작나무가 많은 지방에서는 기름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밝음과 빛의 상징이다. 신라 고분 김영총과 양산 부부총에서 나무로 만든 모자와 최고의 회화로 알려진 백마도가 이 자작나무의 껍질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자작나무는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담아 전하는 유서 깊은 나무이기도 하다. 자작나무는 풍치림으로도 좋고 잎이 다른 나무에 비해서 빨리 피어 신록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가을에는 노란 단풍이 흰 줄기와 어울려 특유의 경관을 만든다. 일반사람들은 물론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무 중에서 가장 귀티 나는 나무인 자작나무는 나목裸木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다. 인고忍苦와 침묵의 의미를 아는 당신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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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9/08 [16:4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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