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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회>느티나무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5/08/23 [17:26]
내 나이가 몇이던가
가물가물하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총기가 샛별이었다
지금 내가 아는 것은 늙었다는 것
늙어도 한참 늙었다는 것이다
한낮에는 인간들이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와
장기를 두거나 술을 마신다
그것도 시들해지면
네 활개를 펴고 코를 골기도 한다
누렁이도 평상 아래서 여름 한 철을 버틴다
그늘의 넓이가 내 삶의 면적이다
팔을 최대한 뻗어도 그늘을 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슈퍼주인은 내 가슴에 구멍을 뚫고 가로등을 달았다
새벽이 되어도 스위치를 내려주지 않아
선채로 잠을 잔다
낮에는 차량들의 경적소리가 혼을 빼놓는다
밤낮이 없다
내 정신이 아니다
초저녁부터 취한 늙은이들 몇 나이를 손가락으로 계산하고 있다
똥 싼 바지를 깔고 앉아서
마을 어귀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마을 수호신이자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고 어른들에게는 사랑방이었다. 아이들은 느티나무 아래서 오징어사리나 숨바꼭질로 하루해를 보내고 어른들은 여름 더위를 식히며 집안일이나 동네 경조사에 대해 의논을 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과 늦여름 벼들이 낟알을 맺을 때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느티나무에게 제사를 지냈다. 집집마다 무탈하기를 간절히 빌면 느티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잎사귀는 푸르고 단풍은 붉다. 산으로 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대처로 돈 벌러 간 오촌과 삼촌의 모습 안개처럼 가물거린다. 오늘도 느티나무는 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허공에 팔을 뻗어 아픈 속내를 안아주겠다는 듯이 그리움 쪽으로 새록새록 부채질을 한다. 요즘 늙은 느티나무는 늙은이들의 향수를 불러내는 향수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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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8/23 [17:26]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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