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140회>고창 청보리밭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6/05/08 [19:22]
내 마음에 초록물이 든다 고창 청보리밭에 가면
이랑 사이 길 위에서 만난 초록빛 얼굴들과 초록빛 옷들에게서
전해오는 초록물

낯선 얼굴 하나가 사진을 찍는다 여기까지 데리고 온 지난날과 함께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면서
옆에 서도 좋다는 수신호조차 은근한 초록빛이다
생은 마디마디 초록빛으로 깊어간다

보리밭에서는
불멸의 빛 깊을수록 젊은 날의 꿈도
하염없는 봄날이다

이랑 사이로 저녁별이 뜨면
함께 했던 시간들은 따뜻해지고 캄캄한 밤을 밝히려 신 새벽은 온다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보리들은 바람 부는 쪽으로 눕는다

가거라 내 청춘
두 손을 흔들어 줄 때 부디 잘 가거라
청보리 누렇게 익어 보리까시락 세우기 전에
 

 대한민국 축제 중 하나인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구릉을 따라 330만여 ㎡에 펼쳐져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연간 400t의 보리를 생산하는 대규모 경작지는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농촌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경관 농업’이다.


바람에 몸을 흔드는 보리의 꼿꼿한 모습은 마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선비 같다. 청보리와 유채꽃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청보리의 프르름과 고혹적인 향기를 머금은 유채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시름이 저만큼 가 있다.


보리밭을 천천히 걷다보면 출출해진 배는 보릿고개를 불러낸다. 보릿고개는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허기를 움켜쥐고 찬물을 바가지로 퍼 마시던 사람들의 부황난 얼굴이 스멀스멀 다가오면 고슬고슬한 보리밥에 콩나물, 상추, 고사리를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빈 보리밥으로 빈속을 채운다. 고창 청보리밭축제는 배고픈 시절은 잊지 말라는 경고이자 호소문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05/08 [19:2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