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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회>서쪽 하늘에 걸린 달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7/11/19 [14:44]

한 사내가 달빛을 줍고 있었네
11월의 들판에서


흰서리 소름처럼 돋고 해 서산으로 하강한지 오래라네
산 너머 무지개를 잡으러 간 아이들은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소문만
온 마을에 잡초처럼 무성하다네


입춘을 지나
삼복더위에 다다르는 동안
장미의 요설과 주모의 치마폭에 휩싸여
거친 세상을 건너 왔다네


곧 가을 달 지고 어둠이 몰려오면
사는 일은 한 판의 씨름 같아서
호미걸이도 막판뒤집기도
때로는 약발 떨어진 한 봉지의 약과 다를 바 없다네


이제 씨름판에 울타리를 쳤던 구경꾼들이
돌아갈 시간이라네
달빛이 들판에 빗금으로 쏟아지면
도처에 얼음이 얼고 삭풍이 세상을 흔들겠지


이 밤 한 잔 술에 홀로 취했으므로
달의 소멸을 깊이 염려하던 불안한 마음을
풍선처럼 띄워야한다네
서쪽하늘에 걸린 달이 캄캄하게 울고 있네

 


 

 

새벽달은 음력 하순경에 날이 밝을 무렵에 보이는 달이다. 여자의 귀고리 같은 새벽달은 드넓은 밤하늘을 온통 사로잡는다. 삶에 지친 사람들의 눈물 같은 이슬이 땅을 적시는 새벽, 새벽달이 산마루에 걸려있다. 건강의 새벽달, 성공의 새벽달, 행복의 새벽달은 언제나 뜨지만 아무나 볼 수 없다. 게으른 사람의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배를 곯지 않는 것처럼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볼 수가 없다. 새벽달을 바라보면 옹색한 마음을 하늘처럼 넓혀주고 산천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 놓는다. 그러나 밝아오는 여명에 빛을 잃어버린 차가운 달이 되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걸려 무척이나 춥고 외로워 보인다. 보름달은 수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지만 새벽달은 밤잠을 설치면서 뒤척이는 사람들을 위하여 서산 넘어가는 것을 깜빡 잊은 한 푼쯤 모자라는 조금은 엉성한 달이다. 새벽달은 보는 이가 없어 쓸쓸한 달이다. 그러나  눈썹 같은 새벽달은 길을 나서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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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9 [14:4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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