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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축시>돼지머리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1/01 [18:37]

돼지머리는 웃고 있었다 고삿상 위에서

 

저승길 편히 가라고 받은
노잣돈을
양 콧구멍에 돌돌 말아 끼고
쌍나발을 불 때
누군가 다리 하나를 가마솥에 삶았다

 

이제 안식의 날에 당도했으니
고요를 얻었다고
인간들은 복권이나 사라고 꿀꿀거린다

 

목에 칼이 들어올 때 울부짖던 것도
한 순간이었다고
절규는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눈감으면 저승이라고
돼지머리는 생각하는 것이다

 

고삿상에서 인간들에게 절을 받는 것도
멱따는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 목숨 내 주고 받는
절이다

 

국밥 한 그릇이 되는 날
죽음조차 향기롭다고 웃고 있는 것이다
돼지머리가

 


 

 

▲ 정성수 시인   

■ 정성수 프로필 ■
저서 : 시집/공든 탑. 동시집/첫꽃. 장편동화/폐암 걸린 호랑이 외 다수
수상 :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아르코문학창작기금수혜 외 다수
전)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겸임교수
현)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회장. 고글출판사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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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01 [18:3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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