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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회> 똥꽃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3/31 [17:47]

공사판에서 돌아 온 하반장이 아랫목을 확인한다
죽은 듯 살아있는
어머니
인기척에 한 쪽 얼굴을 찡그린다

 

이불을 들추는 순간
어머니가 메주를 띄웠는지 냄새가 콧대를 부러뜨린다
기저귀를 풀자
미안하다는 듯이 손을 내민다
손등에는 저승꽃이 만발했다

 

아버지가 계신 꽃산에 어서 가야한다는 어머니와
대답을 못하는 하반장이
눈을 마주치는 동안
뒤안 장독대에서는 80년 묵은 된장단지가
밤새도록 똥꽃을 피우고 있었다.

 


 

 

▲ 정성수 시인    

이순이 지나고 칠십이 넘자 얼굴에 저승꽃이 피기 시작했다. 왼쪽 관자놀이에 거뭇거뭇한 반점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은 몇 개에 불과하지만, 반점들은 점점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주로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 저승꽃이라 불리는 검버섯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혈관성 질환으로 몸 전체에 발생하는 표피성 종양으로 의학용어로는 지루각화증脂漏角化症 이라고 말한다.

 

멜라닌 색소를 포함한 세포들이 뭉쳐 주로 얼굴이나 목처럼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에 생긴다. 처음에는 작고 옅은 갈색 반점으로 나타나 기미나 주근깨로 오인하기 쉽다. 흔히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여긴다. 저승꽃은 한국어 사전에 검버섯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도만 표기하고 정확한 뜻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저승사자가 찾아올 때가 가까워졌다는 뜻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늙으면 얼굴이나 손등에 생기는 거무스름한 얼룩은 `저승꽃`이 아니라 `검버섯`이라고 나는 말한다. 꽃씨 한 알 뿌리지 않았건만 세월의 포자가 날아 와 뿌리를 내렸구나! 웃음꽃 피던 날이 가더니 저승꽃 애잔하게 피었다. 세월이 지나 간 자리에 낙관으로 핀 꽃이라고 내가 나를 위로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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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31 [17:4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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