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281회> 호박꽃 사랑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5/26 [15:31]

호박꽃도 꽃은 꽃이어서 좀 펑퍼짐해도
꽃이어서
아무데나 피고 싶지 않아서
울타리를 기어오르거나 아니면 낮은 곳으로
아예 절푸데기 주저앉는 것이다 호박꽃은
비록 선홍빛 꽃잎은 아니지만
꽃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질펀하게 자리를 펴는 것이다.
엉덩이가 진 무른지 오래다. 자세를 바꿔야
사는 일도 탱탱해진다며 햇볕 쨍쨍하게 손을 내밀면
은근슬쩍 기대며 순간
꽃 문을 닫아버리는 호박꽃
너 잘 만났다고 밤새 호호거린다
호박꽃 속에서는 누구든 눈을 잃어버린다는데
간드러진 웃음소리에 애호박이 열린다는데
화끈하게 한 번은 치마 밑에 불을 지르고
함께 혼절할 사람 만나면
올라앉은 담벼락인들 무너져도 좋겠다는
저 누런 꽃

 


 

 

▲ 정성수 시인    

호박꽃은 농촌을 상징하는 꽃이다. 어릴 적 보릿고개를 넘을 때 아침 일찍 이슬을 담뿍 머금고 피어난 호박꽃을 볼 수 있었다. 척박한 땅에 뿌리만 내리면 돌보는 이 없어도 잘 자란다. 호박꽃은 화려하지 않으나  인심이 넉넉한 할머니 같은 꽃이다. 어린 날 할머니가 울타리 밑에 호박을 심었다. 호박 줄기는 울타리 옆에 있는 때죽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호박꽃이 노랗게 피고 이어서 호박이 열리기 시작했다. 때죽나무에 열린 호박이 대롱거리는 것을 보면서 호박전을 생각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웃에게 애호박을 나눠주기도 하고 명절이나 제사 때 찬으로 쓰기 위해 애호박을 따서 잘라 말리기도 했다. 봄에는 호박나물, 여름에는 애호박 된장찌개, 가을에는 호박떡, 겨울에는 호박죽 등 사계절 내내 우리 집 밥상을 떠나지 않는 귀한 먹을거리였다. 호박꽃에도 벌과 나비가 찾아든다. 물론 꿀 때문이다. 호박꽃은 아낌없이 베푼다. 어쩌다 뒤늦게 찾아온 굼뜬 벌과 나비에게도 꿀을 배불리 먹여 주고 잠까지 재워주지 않는가? 그래서 호박꽃은 꽃 중의 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05/26 [15:31]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