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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회> 양파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10/27 [15:23]

그 여자의 스타킹 같은 그물망에서
겨우내 잠자던 양파들을 흔들어 깨웠다

 

고혈압에도 좋고 당뇨에도 좋다는 의사선생의 말씀에 따라
그 중 종아리가 야물고 튼튼한 년 하나 골라
껍질 한 겹을 벗겼다. 또 한 겹을 벗겼다

 

양파 속에는 오직 양파만 들어있을 뿐
어디에도 고혈압과 당뇨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하얀 속살이 보이고
초록빛들이 그 여자의 속살처럼 눈부신
햇빛을 벗겨 먹고 있었다  돋아날 새 봄을 위해서
하얀 뿌리는
지상의 어느 한 구석을 자리 잡고 싶어
봄이 오는 쪽으로 삶의 촉수를 뻗고 있었다

 

초록빛이 양파 속을 다 파먹는 동안에도
내 몸속에서는
해묵은 고혈압의 밑둥에서 당뇨의 싹이 슬금슬금 자라고 있었다

 


 

 

▲ 정성수 시인    

우리 주위에는 양파 같은 사람이 있다. 눈에 보이거나 말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게 생각되지만 실상 내용이 없다. 이런 사람도 나름대로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알맹이가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면 되는데도 알맹이가 꽉 찬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허세를 부리고 설쳐대며 남들에게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듯이 처신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 연유로 양파 같다는 말은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까도 까도 또 다른 단점들이 나오는 비유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비리가 계속 터지거나 연예인들의 경우 추문이 고구마넝클 처럼 얽히고 설켜 나오기 때문이다. 양파 같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며 별로 좋지 않게 생각 하지만 한 꺼풀 벗길 때마다 드러나는 그 사람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재미를 주기도 한다. 양파 같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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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7 [15:2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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