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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회> 추석 전야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9/12 [18:44]

사립문 앞에 등불을 내다 걸어 두었다

 

밤을 새워 송편을 빚어도 

개 짖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추석달이 중천에서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누군가 추석상을 차리기 위해

옥토끼를 잡아갔는지 

계수나무가 울고 있다

 

송편은 자꾸만 부풀어 가는데 

추석을 기다리다 지친 

어린 손자는 

새우처럼 등이 굽고

추석달은 혼자서 서산을 넘어가고 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울타리를 타고 앉은 호박은 누렇고 초가지붕 위에는 익은 달이 누워있다. 여름과 함께 모깃불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깨끗하게 단장한 창호마다 기쁨으로 환하다. 손자들은 잠잘 줄도 모르고 늦은 밤까지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보챈다. 마루 밑에서 울어대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검둥이가 얕은 코를 곯는다. 보름달이 중천에 걸리면 부지런히 건너오는 추석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송편은 밤새 대문을 열어놓고 객지에 사는 자식을 기다린다. 예로부터 우리는 완월민족玩月民族으로 음력 팔월 보름을 큰 명절중 하나로 맞이하고 있다. 추석秋夕이란 말도 중추월석仲秋月夕의 줄인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라시대 부터 ‘가배嘉俳’라 하여 궁중에서 길쌈겨루기를 하며 즐긴 것에서 유래하여 ‘가위’라 부르다가 오늘에 ‘한가위’라는 순수 우리말로 부르고 있다. 특히 과거 대가족제도하에서 한가위를 맞이하던 감회를 더듬어 재조명할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도 우리의 추석을 ‘달빛축제Moon Festival’라 부른다. 한때는 서울 갔다 온 언니는 옷자랑하기에 바빴고, 공단에 취직한 오빠의 구두는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빛났다. 그러나 요즘 추석은 역귀성이 생기고 심지어 화상으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선물로 대신하면서 배송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변하기도 많이 변했다. 그러나 마음만은 변치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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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12 [18:4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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