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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회> 화장化粧과 화장火葬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08/21 [18:00]

할머니가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을 칠하고 

거울을 본다

눈썹은 초승달 입술은 앵두다

화장化粧이 끝났다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내리고

오줌 싸고 똥 누는 할머니는 머문 자리도 깨끗했다

할머니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다

 

국화를 안고 불꽃이 된 할머니의 생이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못 다한 이야기와 못다 들은 사연들이 

허공으로 퍼지는 저녁나절

화장化粧을 하고 화장火葬을 끝낸 할머니 

뼛가루가 따뜻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화장이라는 2음절의 단어는 간극이 넓다. 얼굴을 곱게 꾸미는 화장化粧과 시신을 불태우는 화장火葬의 두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화장化粧과 화장火葬은 동음이의同音異義어로 서로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결과로 나타난다. 미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화장化粧을 하여 곱게 가꾸는 육체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화장火葬을 통해 한 줌의 재로 변하기 때문에 영원히 만날 수 없다. 다만 2음절의 단어가 만나는 지점은 사람의 육체다.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미는 화장化粧의 화化는 사람인(亻)과 거꾸로 선 사람 인(匕)을 짝지어 놓은 글자로 사람이 모양을 바꿔, 딴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교화되어 변함을 뜻하는 글자로 화합化合, 변화變化 등에 쓴다. 장粧은 가루 분(粉)의 생략형인 미(米)와 단정할 장(庄)을 짝지어 놓은 글자로 곱게 단장하여 몸을 단정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어 화장化粧, 은장도銀粧刀 등에 쓰인다. 이는 욕망과 성적 추동推動인 에로스Eros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시체를 불사르고, 뼈를 모아 장사를 지내는 화장火葬의 화火는 불이 타오르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화기火氣, 화기火器 등에 쓰인다. 장葬은 풀 초(艹)에 죽을 사(死)와 손 맞잡을 공(廾)을 받쳐놓은 글자로 옛날에 죽은 사람을 풀로 덮거나 풀이 무성한 들에 묻었다는 데서 장사의 뜻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빈다는 뜻도 되어 장례葬禮 또는 장사葬事라고 한다. 시신을 불태워 장사를 지내는 화장火葬은 소멸로,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Thanatos라 할 수 있다. 양가적인 두 본능 에로스(化粧)와 타나토스(火葬)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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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8/21 [18:0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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