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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회> 수저論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09/18 [19:14]

저녁밥을 먹는다. 신문지 위에 밥 한 그릇과 김치 몇 가닥을 올려놓고, 미친 듯이 달려 온 발자국을 생각하며 허겁지겁 배를 채운다.

 

밥 먹는 손이 떨리는 것은 수전증이 아니라, 수저가 내 인생의 등급을 최하위로 먹였기 때문이다. 아침 점심 저녁 먹을 때, 수저는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밥을 먹다가 문득 내가 수저를 들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저가 나를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수저는 금수저

어떤 수저는 은수저

어떤 수저는 동수저

어떤 수저는 흙수저

 

세상의 모든 먹거리는 원래 흙이었으므로, 내가 든 흙수저가 수저 중의 수저였음으로, 수저 위에 산 하나를 만들자, 보름달 둥실 뜬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할 것 없이, 삼시세기 꼬박꼬박 한 그릇의 밥을 비워낼 뿐이다. 세상에는 뼈 빠지게 땅을 파도 수저 측에도 못 드는 뼈수저가 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수저계급론은 자식이 부모의 자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한 단계 상승한 사회경제 계층으로 분류 된다는 이론이다. 인생에서 성공은 전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에 달렸다는 용어로 2015년에 등장해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이론은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즉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다`, `행운을 쥐고 태어나다`라는 뜻이다. 과거 유럽 귀족들은 은그릇을 자주 사용했다. 특히 보모들이 은수저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행동으로 집안의 재산을 가늠했다. 

이처럼 영미권의 관용구가 우리나라에 널리 확산된 것은, 은수저에 대한 관점이 영어권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서양에서 은수저는 부귀, 특히 상속된 부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왕이나 왕족 또는 상류 계층에서 은수저를 실제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수저 계급론이 대두하기 시작할 때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제시되었다. 이때는 금수저는 따라잡을 수 없는 부자. 동수저는 평범한 서민층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다이아몬드수저, 백금(플레티넘) 수저 등 귀금속이 금수저 위의 상위 수저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역으로 흙수저와 비슷하거나 하위의 계급수저로, 쇠(아이언)수저, 플라스틱수저, 뼈수저, 똥수저 등 여러 재료가 등장했다. 쇠수저는 어느 집에서나 있기 때문에 평범한 가정을 쇠수저나 스테인리스수저 정도로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빈곤한 가정은 흙수저, 그보다도 더 떨어지는 가정은 뼈수저나 똥수저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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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9/18 [19:1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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