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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회> 비문碑文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2/11/27 [18:39]

울지 마라 내 무덤 앞에서

나는 잠들지 않았다

 

무덤 앞에 꽃을 놓지 마라

지금 한 포기 풀꽃으로 피어났으니 

 

무덤을 쓰다듬지 마라

너를 위해서

한 줄기 바람으로 스치고 갈 뿐이다

 

슬퍼하지 마라 

어둠이 내리면 네 머리 위에서

빛나는 별이 되리라

 

나는 여기에 있고 너는 내 앞에 있다

눈물을 보이지 마라

내 무덤 앞에서

 

흐느끼지 마라

나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다만 눈 감고 오래토록 생각중이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비문碑文은 무덤 앞에 세운 비석에 새긴 글로 금석문金石文의 일종이다. 인간이 저세상으로 돌아가면 남는 것은 이름 석 자뿐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가지만 살아생전에 지은 업業만은 따라간다. 불교 경전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사흘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물이요, 백 년을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티끌이니라"고 했다. 이는 인간의 욕망은 모두 덧없어 마치 물거품 같고, 물속에 비친 달 같으며 뜬구름 같다는 것이다. 십 년 만에 죽어도, 백 년을 살다가 죽어도 역시 죽음이다. 갑남을녀, 장삼이사도 죽고 성인도 죽는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버나드 쇼의 비문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셰익스피어 비문은 "이렇게 왔다 이렇게 간다", 윌리엄 버틀러 에이츠 비문은 "삶도 죽음도 차갑게 바라보며 기수騎手여 가라!" 새뮤얼 존슨의 비문은 "사랑하는 친구들에 의해 리스 호에서 익사한 존 맥팔린을 추도하며 여기 비를 세우다" 존 게이의 비문은 "인생이 하나의 장난이라는 것은 세상만사가 입증하는 바이다. 나는 한때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을 깨닫고 있다" 중국의 여황제 측천무후測天武后는 글자 없는 비문을 세우게 하여 자신에 대한 후세 사람들의 평가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비문의 문체는 산문으로 된 서序와 운문으로 된 명銘으로 크게 나뉜다. 서와 명으로 된 비문을 대개 비명병서碑銘幷序 또는 비명이라 부른다. 서가 없이 명으로만 된 비문이나, 명이 없이 서로만 된 비문도 있다. 이런 것은 비송碑頌 혹은 비기碑記라 하여 따로 구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비문에는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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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1/27 [18:3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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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족암 2022/11/30 [19:49] 수정 | 삭제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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