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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회> 장독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3/07/30 [18:43]

장독대에 장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배불뚝이 장독은 펑퍼짐한 자세로 

새우젓 장독은 새우 눈만큼 

이빨 빠진 장독은 한쪽 구석에서 

제각기 제 엉덩이 크기만큼 삶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중략-

장독들은 알고 있다 장독대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지거나 버림받지 않는 한 

팔을 뻗어 닿지 않는 서로의 등을 긁어줘야 한다는 것도

서로 불편한 관계를 이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장독들은 제자리를 지켜서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김칫독도 된장독도 간장독도 소금독도 

옹색하고 불편해도 어깨를 꽉 짜고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간장이나 된장 따위를 담그거나 담아 두는 그릇인 장독은 옹기甕器다. 옹기는 원래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칭하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오지그릇을 말한다. 질그릇은 흙으로 빚어 잿물 없이 구운 것이고, 오지그릇은 잿물을 발라 구운 것이다. 옹기는 주식ㆍ부식물 또는 주류 발효 도구, 음료수 저장 용구 등으로 사용한다. 옹기는 그릇의 아래와 위가 좁고 배가 불룩 나온 모습이다. 한민족漢民族 사이에 발생한 한문자인 호壺는 바로 항아리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입ㆍ목 부분의 특징에 따라 입 큰 항아리(廣口壺)ㆍ목긴항아리(長頸壺)ㆍ목짧은항아리(短頸壺)로 나뉜다. 옹기의 종류는 250여 종류에 달한다. 고운 흙으로 만든 청자나 백자와는 달리 작은 알갱이가 썩어 있는 점토로 만들기 때문에 가마에서 소성될 때 점토가 녹으면서 미세한 숨구멍이 생긴다. 이곳을 통해 공기가 드나든다고 해서 숨 쉬는 그릇이라 부른다. 옹기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음식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박한 토속신앙을 보여주기도 하며 옹기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독(운두가 높고 중배가 좀 부르며 전이 달린 오지그릇이나 질그릇), 항아리(아래위가 좁고 배가 부른 질그릇), 중두리(독보다 좀 작고 배가 부른 오지그릇), 소래기(굽 없는 접시 모양의 넓은 질그릇) 등 다양하다. 옹기는 발효음식의 산실이며 장독대는 우리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원형이다. 뿐만 아니라 고유의 삶과 지혜와 멋과 한이 담겨 있다. 역사성을 가진 옹기는 현대에 이르러 생활 방식의 변화에 따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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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7/30 [18:43]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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