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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2대 국회를 바라보며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4/04/14 [16:34]

▲ 박서운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다음날 신문을 보며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선거 후에 나타난 전국 정당 판세 지도를 보면 동서가 극명하게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현안이나 정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이념의 포로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가 한량없다. 예전의 국회를 되돌아보자.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야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토론 도중에 삿대질하고 심하게는 서로 멱살을 잡고 거칠게 대항하다가도, 국회를 벗어나면 정치적 선후배로 서로 `형님, 아우`하며 술 한 잔씩 기울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당시에는 이들이 `사쿠라는 아닌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네`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바로 정치였다. 정치란 대립을 화해로, 혼돈을 질서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격론도 필요하지만 이렇듯 서로 만나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나랏일을 결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오로지 당리당략에 휘둘려 끝없는 극한 대립으로 맞서는 것이 지금의 정치 현실이다. 상대방은 정치의 동반자가 아니라 휘어잡고 꺾어 버려야만 하는 적군이 되어 있다. 그러니 상대방 인사와 비공식적인 만남이라도 하면 `변절자`로 몰아붙이는 정치풍토 속에서 온전한 협상이나 절충이 나올리 없고 오로지 무한 대결만 남게 된다. 요즘의 국회에는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자기 이익을 위하여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이 이와 딱 같으니 이 사자성어의 용처를 처음 발견한 듯하여 민망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이 나라가 왜 이리 되었는지 원인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예로부터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임금이 백성들에게 `내가 부덕한 소치로 이런 일이 생겼으니`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반성문을 반포하곤 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소통 불능의 상태를 만든 전 정권의 잘못을 물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탄핵을 통해 들어선 정권은 선명성 논쟁이 자기들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좋은 수단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전임 정권을 비롯한 보수진영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 나라를 이념화시키고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반토막 내버린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대통령을 포함한 선출직 고위직은 특히 품위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품위가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을 점잖게 하는 것이나 입성에 신경을 쓰라는 것만이 아니라, 타자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사사로움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혁신당의 조국 당선자의 당선 소감은 우려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한동훈 특검법` 발의를 제일 먼저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설령 검찰로부터 부당한 일을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제 국회의 주요 권력 집단이 된 지금, 그런 류의 사적인 복수를 연상케 하는 언급은 온전치 못하다. 그런 것들은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정책 제안으로 풀어 나가시라고 충고하고 싶다.

 

 국회의원 당선자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보다는 대통령과 상대 당을 완전히 제압하여 식물화시키겠다는 고함으로 가득하다. 격전 후에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는 기본적인 세레머니도 실종이다. 막힌 담을 헐고 무너진 뚝을 막아야 하는 선거인데, 오히려 새로운 벽과 균열, 그리고 앙금만 잔뜩 남고 말았으니, 힘없는 민초들은 4년을 어찌 견뎌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앞으로의 정국 운영에 관한 비전제시임은 말할 것도 없으니 대통령의 한마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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