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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에(Oboe)의 덕목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6/06/12 [15:57]
▲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 편집부
오케스트라는 100여명에 이르는 연주자가 함께 모여 연주하는 대규모 악단이다. 악기 종류도 목관 악기, 금관 악기, 타악기, 현악기군에 속하는 30 여 종류가 사용되고, 단원 수만큼의 악기가 있어야 하며, 100여개의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흔히들 오케스트라를 ‘조화’와 견주어 비유하기도 한다. 지휘자는 여러 연주자들이 내는 악기 소리를 조화시켜 하나의 악기가 내는 음악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것이 지휘자의 가장 큰 덕목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는 종류도 많고 수도 많기 때문에, 악기들의 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악장(樂長)이 '오보에'(Obea) 연주자에게 '라'(A)음을 불도록 지시하면, 모든 악기는 이 소리에 맞춰 자기 악기의 음을 조절하는 데 이것을 '튜닝'(tun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튜닝할 때 오보에가 기준 악기가 될까? 예전에 굉장히 궁금했던 사항이었다. 오보에는 악기 중에서 연주 난이도가 가장 높은 악기로 손꼽힌다. ‘도레미파’와 같은 음을 맞추기 힘든 악기이다 보니, 오보에의 음을 맞출 때는 오보에 자체의 음을 맞추는 것보다, 오히려 오보에의 음에 다른 악기를 맞추는 것이 전체 악기를 조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을 맞추기가 어려운 악기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마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우리 속담이 생각나기도 한다.

참으로 많고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이다 보니,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에는 오보에처럼 다루기 힘든 사람이 참 많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자기 생각이나 의견이 옳다고 고집한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를 생각하는 것은 값싼 동정이라 치부하며, 끝없이 자기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그 결과는 당연히 분열이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까다로운 오보에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 삼는 오케스트라의 조율 방법이 신선하게 느껴짐은 어쩐 일인가? 이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꾸며 가는 반면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원칙적이고 이상적인 의견이나 기타 소수의견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내던져지기 일쑤이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진주를 캐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루기 힘들 때라도 오보에처럼 존재의 의미를 부여해 보자.

오보에는 또한 소리의 관통력이 커서 오케스트라의 다른 음에 묻히지 않고, 다른 악기의 소리를 꿰뚫고 나가는 힘이 있다. 한번 소리를 맞추어 놓으면 소리의 변화폭이 가장 적은 악기이기도 하다. 단 하나만 있어도, 웬만한 규모의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고 나갈 정도로 관통력이 크다. 어떤 사회가 발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일으켜 앞장서 나가는 외침이 필요하다. 이런저런 야유와 삿대질을 뚫고 자기주장을 끝까지 밀고 가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 권력의 끈을 잡기 위하여 자기 철학 없이,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리며 눈치만 보며 살아가는 현역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소리를 내는 사람이 필요한 때다. 언제까지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며 나라를 다스리겠는가?

오보에의 음색은 매우 서정적이고 감미로우며, 마음을 파고드는 슬픔과 외로움이 배어 있다. 경쾌한 것 같으면서도 우수에 젖은 것 같은 매우 인간적인 소리를 내는 악기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보에는 까다로운 악기인데, 그 까다로움에 비해서 거의 모든 악기와 잘 어울리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얼마나 매력적인 악기인가? 깐깐한 듯 하나 거침이 없고, 자기 목소리를 결코 거두지 않으며, 시대를 리드하며 앞서 나가는 오보에와 같은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가?

오보에가 대중적인 인기를 끈 것은 아마 영화 ‘미션’의 삽입곡으로 사용된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주제곡 때문이리라. 오늘 밤 다시 한 번 이 감미로운 멜로디를 감상하기를 바란다. 영혼을 울린다는 이 노래를, 오보에 같은 사람과 함께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 적어도 오늘 밤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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