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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과 연해주를 돌아보고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6/08/10 [13:49]
▲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폭염이 온 나라를 덮었던 8월초에 중국 연변지역과 러시아 연해주 지방을 둘러보고 왔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디아스포라는 유대인이다. 그들은 로마에 의해 나라가 멸망된 이래 디아스포라로서 2천 몇 백 년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금도 1,300여만 명이 전 세계에 흩어져서 살아가고 있다.


韓민족도 구한말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항일저항을 위해, 또는 힘없고 돈 없는 민초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한반도 밖에서 삶의 터전을 개척해야 했다. 그때부터 새롭게 한민족의 디아스포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국경을 마주하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삶의 둥지를 틀고 자리 잡고 살기 시작했다. 중국의 동북3성 일대에 모여 사는 동포를 ‘조선족’이라 부른다.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삶의 터전을 닦은 ‘고려인’들도 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 밭 노동자로 팔려나가 죽을 고생을 하고 살아갔던 ‘에니깽’의 디아스포라 역사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이주 후에 먼저 그 척박한 땅에 벼농사를 짓고 학교를 세우고, 교회를 지어 민족의 동질성을 잃지 않았다.


이들 중 중국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동포를 ‘조선족’이라 하는 데, 이들은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주로 산다. 자치주 인구가 25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조선족이 약 80만 명 정도다. 중국정부는 조선족을 포함해 55개의 민족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인구 비율이 32%이상이면 ‘자치주’로 허용한다. 연변조선족자치주는 북한과 맞붙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북한과의 교류중심지가 되고, 탈북자가 거쳐 가는 눈물의 길이기도, 또는 희망의 길이기도 하다. 옛날 고구려, 발해의 영광스러운 시기도 있었으나, 병자호란이나 몽고의 침략 때 수많은 양민이 포로로 끌려가던 치욕의 길이기도 하다. 이 지역의 중심은 ‘연길’(중국어로 옌지)인데, 자치주법에 따라 간판의 상호를 쓸 때, 한글을 위에 먼저 쓰고, 그 밑에 한자를 써 넣게 되어 있어, 마치 한국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친숙함과 더불어 뜻 모를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나 발해를 마치 중국 역사에 속하는 나라로 바꿔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역사를 빼앗아 가려는 음모 속에서, 그나마 연변의 수많은 길거리 ‘한글간판’이 위안을 주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지금 조선족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많은 조선족 동포를 만나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이들은 현재 아주 긍정적이고 밝게, 그리고 자신 있게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사는 조선족이 약 60만 명이나 되며, 이들로부터의 송금이 조선족사회를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자녀들 교육에 관한 관심도 한국이나 여기나 똑 같아서 자녀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변지역으로의 한국관광객 증가나 한국기업의 설립 등이 조선족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두 개 언어를 할 줄 아는 이중언어사용자, 즉 자연스럽게 바이링구얼(bilingual)이 되고 있고, 이것이 이들의 강점이고 자랑이다. 중국 한족들에게 많은 부러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건강하고 잘사는 조국이 이들에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든든할까?


러시아의 연해주지방은 동해에 연(沿)해 있어서 불리는 이름이다. 참 넓고 넓은 땅이다. 그러나 겨울이 길고 일조량이 부족해서 소출이 많지는 않은 지역이라 한다. 고려인들은 이 척박한 땅에 희망의 씨앗-볍씨를 가져와 논을 일궈 쌀을 만들어냈다. 1863년 함경도 농민 13가구가 처음 이주한 이래, 을사늑약 때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망명하여 항일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던 지역이다. 블라디보스톡의 ‘신한촌’은 당시에 무려 19만 여명의 고려인이 살던 곳이다. 그러나 중일전쟁이 일어난 1937년 스탈린정권은 고려인들이 일본의 첩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시킨다. 이 때 무려 17만 명이 목적지도 모른 채, 빈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황무지에 내던져진다. 그곳에서 고려인들은 땅굴을 파고 엄동설한을 견디며, 들꽃처럼 활짝 피어올라 지금에 다다르게 된다. 


참으로 위대한 민족이다. 세상에 이토록 끈질기고 절절한 민족이 어디 있을까? 말과 글과 문화를 지켜온 민족-생사의 기로점에서 무엇보다 먼저 학교와 교회를 세우고, 신문을 발간하여 한민족 공동체를 가꾼 민족이다. 그 땅을 밟으며 보고, 듣고, 느꼈던 연변과 연해주의 우리 형제들! 참으로 가슴이 뭉클하고, 또 가슴이 시리도록 아픔을 느끼게 했던 우리의 형제들이었다. 이제 한반도의 통일을 내다보며, 그 곳에 먼저 우리 민족을 흩뜨려 뿌려진 것은 통일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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