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운 칼럼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태풍이 지난 후에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6/10/05 [16:02]
▲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루사, 사라, 매미, 셀마’ 이런 이름들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그렇습니다. 태풍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 피해를 많이 준 순서대로 나열했는데, 가장 위력적이었던 ‘루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사슴’을 뜻한다고 합니다. 태풍이름은 태풍의 영향을 직접 받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로 이루어진 태풍위원회에서 이름을 붙이는데, 우리나라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등으로, 북한 역시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 등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태풍의 피해가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주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로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상당히 여성적인 이름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매년 늦은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보통 한두 개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가곤 하는데, 최근에는 아예 태풍이 없어 무심하게 지내다가, 이번에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로 인해 태풍에 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는 듯합니다. 가장 세력이 컸던 ‘루사’ 태풍 때는 강릉에서 하루사이에 870mm나 되는 비를 뿌려 우리나라 최고기록을 세웠답니다.


‘매미’ 태풍 역시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제출한 것인데, 곤충 매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네요. 태풍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라’는 1959년에 발생했는데, 하필이면 추석날 한반도를 강타했답니다. 전국적으로 큰 상처를 남겼고, 8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엄청난 재산피해를 남긴 악몽으로 남아 있으며, 마치 태풍의 대명사처럼 불려 지기도 합니다. 얼마나 처절했는지 그 후에 발생하는 태풍들을 ‘사라’와 견주어 비교하는  잣대가 되곤 했습니다.
어제 우리나라에 찾아온 태풍 ‘차바’도 남부지방에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마린시티에는 바닷물이 해안방벽을 넘어 넘치고 있어 마치 영화 ‘해운대’의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수원에서는 잘 익었던 과일들이 모두 떨어져 땅바닥에 나뒹굴고, 공사장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인근 컨테이너를 덮치는 바람에 사람이 죽기도 했습니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흙탕물이 도로를 뒤덮고, 결국에는 태화강이 범람하여 고수부지가 모두 물에 잠기는 통에, 주차장의 차들이 물에 잠겨 지붕만 간신히 보이기도 합니다. 산사태가 발생해 승용차를 덮치기도 하고, 시민들은 강한 비바람으로 우산을 포기한 채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걸어 다니고, 길거리 전신주에는 함석지붕 쪼가리들이 너덜너덜 걸려있어 마치 연이 전기 줄에 걸린 것 같이 보입니다. 크레인이나 현수막 거치대, 또는 신호등, 안전펜스, 대형입간판 등이 쓰러져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수관에 얼마나 많은 우수가 빵빵하게 흘렀던지, 하수도 맨홀이 터져 나오고, 시내 도로 곳곳에서 아스팔트 조각이 나뒹굴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마치 시루떡처럼 겹겹이 포장되어 있습니다. 층사이가 완전히 밀착이 되지 않아서 물이 틈새로 들어가 그만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부실공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드디어 울산이라는 대도시의 ‘민낯’을 보게 되었습니다. 태풍은 우리의 옷을 다 벗겨버려 치부를 그대로 드러나게 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원칙에 충실하지 못하고 겉모양에만 치중했는지를 다 폭로하고 말았습니다. 조금 더 강도가 높은 태풍이나 지진이 찾아올 경우 어떤 인재가 발생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재해가 더욱 빈발해진고 하지 않습니까?  위정자들은 이번 태풍이 좋은 기회입니다. 잘 보고, 잘 판단해서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의 하늘은 참으로 신묘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리도 비를 퍼붓던 하늘이, 지금은 얼마나 파랗고 예쁜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딱 떼고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 하늘이 얄밉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반갑기가 한량없습니다. 이렇게 청아하고 투명한 울산하늘을 본 것이 언제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6/10/05 [16:0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