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처음 배울 때 강사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 빼세요!’라는 말이다. 사람은 물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살기위해 용을 쓰며 온몸에 힘을 단단히 집어넣게 마련이다. 그러나 힘이 들어갈수록 우리 몸은 뻣뻣하게 경직되어 오히려 물속에 더 잘 가라앉는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물을 지치고 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운동을 배울 때, 몸에서 힘을 빼는 것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탁구나 골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힘을 집중해서 한 번에 써야 하는 역도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힘을 빼야 그 운동에서 가장 필요한 동작이나 자세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몸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운동의 고수가 되는 기초가 된다.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해 다스려지기 마련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주권을 가진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의견이 중요하나,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를 통해 대통령이나 국회위원을 위임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문제를 처리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은 국민에게 겸손하고 성실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거꾸로 여서, 이들은 국민을 무시하고 권력이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것인 양,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피우곤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곁에는 아첨을 일삼는 사람들이 들끓게 마련이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다. 그 뻣뻣한 목은 결국에는 부러지게 마련이다. 주위에서 이런 고위공직자를 얼마나 많이 또 그리고 보게 되는가? 거짓 위엄으로 온 몸을 치장한 정치인들은 결국에는 ‘허위’가 목을 조리기 십상이다. 겸손과 성실이 필요한 이유이다. 대장간에서는 쇠를 벌겋게 달궈 망치질로 모양을 갖춘 후에 다시 찬 물속에 넣어 쇠를 단단하게 한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쳐 만들어진 쇠는 단단하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성질을 갖게 된다. 이런 성질을 ‘강인성’이라 하는데, 재료가 가지는 성질 중에서 가장 탐나는 것이다. 쉽게 부러지지 않는 ‘끈끈함’이 저절로 주어지겠는가? 온 몸을 불사르며 수없는 메질로 단련된 결과가 아니런가? 이런 관점에서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이라는 시의 한 부분을 음미해 본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위에서 버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이 얼마나 인생에 대한 치열한 반성인가! 쇠를 담금질하듯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힘든 일이기는 하나, 우리는 변화되어 쓸모 있는 도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절규하고 있다. 이제 힘을 빼 보자. 숨을 고르게 쉬자. 눈을 감고 자신을 드려다 보자. 내가 얼마나 무용한 사람인지 인정하자. 그동안 가족에게 얼마나 상처를 입혔는지 느껴보자. 그리고 이제 마음속에 있는 미움과 원망을 태워 버리자. 심연 깊숙이 잠재된 쓴 뿌리를 뽑아 버리자. 타자를 인정하고, 내 스스로 조금 낮은 자리로 옮겨보자.
이제는 조금이나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어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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