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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락(凋落)
 
편집부   기사입력  2014/11/23 [16:01]
낙엽 우수수
쌓인
나무아래 벤치에서 이빨 빠진 비둘기 몇 마리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고 있다
허공을 날아오를 때 빛나던
은빛날개에서
수많은 비듬이 떨어지고 있다
최초인 듯 최후인 듯
퍼덕이는 저 날갯짓은
조락이다
노인하나가 가을이 된 배경에서
생의 탁본을 뜨고
옆에는
뒷굽이 닳은 구두 하나가 졸고 있다

11월 말쯤이면 은행나무는 벌거벗은 모습이다.  잎이 하나도 달리지 않은 채 앙상하거나 아직 매달린 몇 잎은 바람에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추위까지 닥쳐오면 더욱더 추워 보인다. 바라보는 마음은 그야말로 ‘황무지荒蕪地’가 된다. 공황상태다. 부처는 세 가지 황무지가 있다고 하였다. 그것은 탐욕의 황무지r?gakh?la, 성냄의 황무지dosakh?la, 어리석음의 황무지mohakh?la다. 마음의 황무지를 없애려면 ‘사념처思念處 ’와 ‘팔정도八正道’를 닦으라고 하였다. 몇 잎 남은 은행잎이 언제까지 매달려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은행나무는 아직도 건재하다. 은행잎이 노란 까닭은 이파리마다 새겨진 사연들을 읽어 보라고 길바닥에 책을 펴는 것이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은 은행나무가 쏘아올린 늙은이들의 금이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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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23 [16:01]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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