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전화를 했다. 술 한 잔 마시자고 수화기 저편에서 친구 놈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 시간에 나가기만 하면 집사람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눈을 흘긴단다 설마가 배신 때리고 간다 나는 차라리 코 막고 죽어라 이놈아 존심 팍팍 상해 가며 큰소리를 쳤다 취했다 하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고개를 쳐 박는 것은 이 세상에서 쓸쓸한 일 혼자서 술잔을 쓰다듬다가 전봇대에 다리 하나 걸치고 개가 되는 것이야말로 저 세상에서도 부끄러운 일 개 한 마리가 밤하늘을 본다 무슨 별이 저리도 많으냐며 어젯밤에도 없던 별들 컹컹 개소리를 토해내며 지상으로 떨어진다 내가 술을 마셨는지 술이 나를 마셨는지 별들에게 묻는다 병나발을 불어도 왜 나는 눈물이 되는지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곧잘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다른 말이다. 어쩌면 솔직함과 순수함 때문에 포장마차의 목의자에 몸을 부리고 술을 마시는지도 모른다.“노털카”라는 말이 있다.‘놓지도 말고, 털지도 말고, 카 소리도 내지 마라’는 뜻이다. 술꾼들의 수칙이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라면 최상의 술꾼은 얼큰하게 취하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술의 멋과 낭만을 아는 사람이다. 한잔 술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두 잔은 술은 술이 술을 마시는 것이다, 석 잔 술은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제발 개는 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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