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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회>절창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4/12/14 [16:17]

여자가 못 하나 박아 달라고 가슴을 내밀었다
까이껏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박아주지
남자가 호기 있게 말한다
옷도 걸어야 하고 가방도 걸어야 하니
기왕이면 대못으로 박아달라고 하자
이래봬도 소싯적부터
못 하나는 끝내주게 박았다고
내가 박은 못들은 고뿔 한 번 안 걸리고
모두 잘 자라고 있다고
알듯 모를 듯한 말을 한다
남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못대가리를 치자
여자가 흐흥하고 콧소리를 내며 진저리를 친다
쿵쿵 벽이 울릴 때마다 남자는
여자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고
못이 대가리를 얻어맞을 때마다
남자가 벽에 화인을 찍고 있다는 것을
여자는 몰랐을 것이다
못을 치는 것은 못을 벽에 박는 소리가 아니라
벽이 못을 받아들이는 소리다
그렇다
때로는 눈물 없는 울음소리가 절창이다

마음 속 후미진 곳에 뽑히지 않은 크고 작은 못들이 있다. 구부러진 인생이었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닿지 못한 사랑이거나 당신이 보내지 못한 전언이다. 오래 된 기둥 앞에서나, 흑백사진을 안고 있는 액자 앞에서면 구부러진 못들에게 머리를 숙일 일이다. 녹슬어가는 영혼도 영혼이다. 굽은 못을 펴 다시 박을 때 낡은 기억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다면 못대가리를 힘껏 내리쳐야한다. 그때서 삶은 깊이 뿌리 내릴 것이다. 못은 망치에 얻어맞기 위해서 살고 망치는 못대가리를 쳐대기 위해서 존재한다. 못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훌륭한 망치를 만나야 하고 망치의 훌륭한 역할은 못을 제자리에 박는 것이다. 못에 망치질을 하다가 망치가 헐거워지면 망치에 못질을 해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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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2/14 [16:1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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