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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회>자선냄비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4/12/21 [16:30]

냄비가 거리에 나와 뚜껑을 열은 것은
저물어 가는 세밑을 끓여내기 위해서 입니다.
고사라손 몇이 모여 불을 지피고
거친 손이
국자가 되는 풍경이 세상에 온
이 겨울
가난한 이 땅에서 스타자의 젖죽 한 모금에
세상의 싯다르타 들은
부다가야의 니르자니강 가에서
고행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한 방울의 기름이 꺼져가는 등불을 다시 일으켜 세우듯이
동전 몇 닢이
고통의 늪에서 한 영혼을 살려냅니다.
그리하여
이 겨울이 가기 전에
펄펄 끓는 자선냄비를 그리워하겠습니다.
* 3연 : 부다가야의 니르자니강에 빠져 지친 몸이 된 싯다르타에게 처녀 스타자가 젖죽을 공양해 해
      기력을 회복했다는 ‘처녀의 젖죽’ 성서의 일화에서.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했다. 빨간냄비는 차디찬 겨울을 뜨시게 달군다. 동전 몇 닢이나 지폐 몇 장은 누군가에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푼돈의 위력은 이런 것이라고 증명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서울 명동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1,000만 원짜리 수표와 자필편지가 봉투에 들어있었다고 한다. 1983년 이래 개인이 길거리에서 자선냄비를 통해 기부한 금액 중 가장 큰 액수라고 한다.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기부를 했다니 낯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사랑의 연탄 배달이 유행처럼 번진다. 연탄 몇 장주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홍보를 하는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새롭다. 손은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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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2/21 [16:3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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