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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회>초저녁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5/10/11 [15:04]
쓸쓸하다 다소곳한 어둠이
간간히 출렁이는
골목
홀로 선 가로등이 먼저 눕고 싶은
돌아오는 걸음마다
허기로 굽었다
저녁이 이마를 덮어 오면
마디 굵은 손에 든 노동자의 귀가
빈창자가 꾸불꾸불하다
하늘에서 그렁그렁한 별밤의 눈시울은
멀리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
위의 통증 같은
 
 
누구나 하나쯤의 추억을 가진 골목은 방이 북통만해서 손님을 변변히 초대할 길이 없을 때 평상 하나 놓으면 내 집 마당이고 내 집 거실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같은 골목에 사는 사람들은 다 같은 형제자매이고 마음을 여는 공간이었다. 사내아이들은 골목에서 자치기나 말타기에 정신줄을 놓고 계집아이들은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에 해가는 줄 몰랐다. 한여름이면 골목 어귀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는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 옆에는 늙은 개가 배를 깔고 혀를 내민 채 여름을 견디어 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장맛비에 우산을 챙겨 오지 않은 사람은 골목을 총알처럼 달려가기도 했다. 담벼락에 붙은 영화포스터가 반쯤 찟겨나간 골목은 젊은 남녀가 영화 한편을 돌리는 극장이기도 했다. 살면서 막다른 골목을 만났을 때 절망하지 마라 사람들이여! 아직도 따뜻한 골목이 있다. 누군가는 골목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누군가는 골목을 잊은 체 한 세상을 건너간다. 어깨만 스쳐도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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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1 [15:0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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