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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회>감나무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5/10/18 [16:09]
허리통이 굵은 감나무 한 그루가 까치집을 이고 있다
내리 육남매를 낳고서
훌쭉해진 배를 안고 그 집을 떠날 때 까지
안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마다 까치가 손님을 기다리며
동구 밖을 내다보는지
가을이 가는 소리 소소소 감나무 잎이 진다
가지 끝에서 감들이 익어가며
단내를 풍기면
늙은 감나무는 서산에 지는
붉은 해의 허리띠를 붙잡고 싶어 했다
낮은 굴뚝에서 저녁연기 굴풋이 피어오르는 저녁
지상을 내려다보는 감들이
아슬아슬하였는데
뱃가죽이 쭈굴쭈굴한 감나무는
육남매를 안고 꿈을 청하는 것이었다
창호문에 걸어 둔 보름달이 유난히 환한 그런
가을밤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식은 어머니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애물단지다. 잚 먹지도 않고 잘 자지도 않고 보채면서 어머니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식을 사랑덩어리고 안다. 바다가 아무리 넓다 해도 어머니의 가슴만은 못하다. 어머니는 눈치가 9단이다. 벨 소리만으로도 아들의 여친 이라는 것을 알고 딸의 입술을 보고 데이트를 나간다는 것을 안다. 어머니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여자만큼 훌륭한 여자와 결혼하기를 바라고 딸은 남편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나기 바란다. 가족이라는 나무 아래서 햇빛 한번 제대로 못 보고 생을 마감하는 어머니는 자식들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랑 자국을 화인火印으로 남긴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누구에게나 버거우면서도 꼭 붙들게 하는 야릇한 힘을 가진 이름이다. 이마에 주름이 지고 귀밑머리가 희어진 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생각해 내는 “어머니! 사랑했습니다” 인간이 입술에 올려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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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8 [16:0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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