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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회>신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5/11/22 [16:49]
사내는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왔다
링거를 꽂고 나서야 알았다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는 것을
뒷목이 뻣뻣하고 눈이 침침하고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
제발 좀 챙겨달라고
몸이
신호를 보내왔는데도
사내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무심하게 지나치다가 큰 코 다쳤다
사랑도 신호를 보내온다
무관심한 척
어깨 위의 비듬을 떨어주며 딴전을 피우면서
아니면 슬쩍
손을 잡고 한 번 흔들어
신호를 보낸다
그 순간을 놓치면 사랑도 응급실행이 된다
이게 신호다 싶으면 얼른 받아라
넙죽 절 한 번하고 나서
 
사랑은 신호 없이 온다. 숨소리도 발자욱 소리도 내지 않고 와서 환희와 고통과 후회와 혼란 속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그런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나만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하는 속성이 있다. 자신을 버리면서 완전히 자기를 내던졌을 때 비로소 갖게 되는 작은 우주인 것이다. 어렵사리 쟁취한 우주는 자칫 변하기 쉬운 가변성이 있다. 신호도 없이 와서 열병을 앓게 한 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절하고 소중하다. 설령 사랑의 상실감에 빠질지라도 사랑하지 않은 것 보다 사랑하는 것이 마음의 키가 훌쩍 자라게 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먼저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뭔가를 자꾸 빌려 달라거나 모임에서 옆에 앉아 챙겨준다거나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될 것을 물어보는 호감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려야 한다. 친해질 수도 멀어질 수 도 있는 사랑의 신호는 바로 관심이다. 누군가의 안부가 기다려지는 이 저녁! 무수한 신호가 곳곳에 숨어서 아름다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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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22 [16:4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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