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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회>자작나무 숲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5/11/29 [16:35]

자작나무들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햇빛에 잎을 뒤집고 있었다
하늘이 키우는 나무를 타고 오르며
나뭇가지가 축 늘어질 때까지 자작나무에게 물었다
지금 생각은 흰지 검은지
세상을 향한 회색빛은 어느 쪽으로 얼굴을 돌려야 하는 것인지
수피를 벗겨 편지를 써 보냈지만
오래도록 자작나무 숲은 바람 한 점 없었다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좌우로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내게 보내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과 나무는
뿌리째 뽑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꼭대기에 오르면
저 아래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길 없는 숲이 인생이라면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자작나무에 회색빛 등을 기대는 날
설사 운명의 신이 고의로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자작나무 숲은 통째로
아궁이 속으로 붉게 타들어가면서 자작자작 소리를 낼 것이다

숲속에 서 있는 나무들이 제식훈련을 잘 받은 군인들 같다. 푸른 작업모를 쓰고 허리가 꼿꼿한 오와 열이 딱 맞아 떨어지는 나무들은 도끼질에도 눕지 말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넘어지면 나무가 될 수 없다고 한낱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악착같이 서 있을 때 나무라는 것. 알고 있었다. 잠잘 때도 서서 자고 비바람에도 끄떡없어야 숲을 이룬다는 것. 오래 전 부터 알고 있었다. 나무는 아름드리가 되어야 머리 검은 짐승들이 안으려 다가오고 푸른 그늘을 만들어야 품안으로 기어 들어온다는 것. 누구든지 도끼를 들고 함부로 숲속으로 들지 마라. 톱날의 이빨을 보이지 마라. 나무들은 서 있는 동안 숲이라는 것 아는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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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29 [16:3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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