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382회> 배꼽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6/20 [17:02]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배꼽을

우렁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 같은 배꼽을

왜 만들어 붙였는지

삼신 할매도 참 얄궂데이

이놈 아야 니는 배꼽이 깊을 걸 보니 

물 한 종제기는 담고도 남을 기

니 알 제이

이 세상에서 젤 드런 놈은 배꼽에 때 낀 놈이란 거

더 드런 놈은 손가락으로 후벼 파는 놈이라고

공중목욕탕 거울 속의 사내가 이죽거린다

회장님의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 한 가운데 

블랙홀 같은 배꼽

탯줄을 끊은 아픔 아직도 짠한데

반쯤 눈 감은 것은 

최초의 궁리인 듯 마지막 한 건인 듯 아직도 세상에는

먹을 것이 많은 까닭이다 그 배꼽에

손가락을 디밀어 본다 뇌물의 꽃받침이 붙었던 자리는

검지 한 마디를 삼키고도 말이 없다. 

이승에서 제 배꼽을 들여다보는 짐승은 위대胃大한 

인간들뿐이라는데 

배꼽 아래서는 닥치는 대로 그냥

눈 딱 감고 먹기만 하면 되는 기라 알것나?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배꼽은 어머니와 내가 한 몸이었다는 유일한 증거다. 내가 지구별에 온 생명의 시원이며 흔적인 배꼽의 근원을 잊고 살아왔다. 우주 창조의 빅뱅이 일어나는 핵처럼 자기 역사의 중심인 배꼽을 삶에 지친 어느 날 본다. 달팽이처럼 시간을 감싸고 있는 사랑의 증표인 배꼽에서 어머니의 울음이 들렸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보낸 어머니처럼 나를 만든 원초적 사랑에게 미안했다. 배꼽은 존재에 대하여 지워지지 않는 질문이자 인체의 출발점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오도록 어머니와 나를 이어 준 생명줄이다. 배꼽 아래에 단전이 있다. 이곳은 대해大海로 정혈精血을 저장하는 곳이다. 배꼽은 생기인 동시에 호흡과 삼초三焦의 뿌리다. 태아기에 어머니에게 유일하게 영양분을 제공받은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에 덥다고 배꼽을 내 놓고 자면 안 된다. 멋을 부리기 위해 배꼽티를 입는 것도 곤란하다. 잘못 되면 감기에 걸릴 수 있고 태어나는 아기에게 죄를 지을 수 있다.

 

 배꼽에 때가 끼었다고 후빌 일도 아니고 배꼽이 못 생겼다고 주눅들 일도 아니다. 배꼽 인사는 첫 인상의 아이콘이다. 우리들은 배꼽 빠질 만한 웃음을 만들거나 찾아다녀야 한다. 웃음은 웃을 일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꾸 웃을 때 얻어진다. 배꼽 빠지게 웃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1/06/20 [17:02]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