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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회> 매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1/07/25 [17:29]

너 울어봤니?

아이고 땜을 놓고서 악을 쓰며 물어봤어?

 

나 울어봤지!

사는 날까지 사는 것이라고 허공을 향해 

내 울음 터져나갈 때 

너는 덥다고 속터진다고 절규했지

누렇게 빛바래기 전에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소리쳐 우는 것일 뿐

눈물을 감추고 진심으로 우는 일일 뿐

우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라고 

우겨가며

목이 터져라 울어봤지

 

너 울어봤니?

뜨겁게 물어봤어?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매미는 곤충 중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뭇가지에 산란된 알에서 깨어 나온 애벌레는 땅 속으로 들어가 뾰족한 주둥이로 수액을 빨아먹으면서 몇 해를 자란 후 세상 밖으로 나온다. 북미의 ‘세모배 매미Cicadetta montana’종 중 어떤 것은 17년이 지나서야 성충이 된다고 한다. 애벌레로 살던 긴 세월에 비하면, 밖으로 나온 매미의 삶은 허망하다. 며칠간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울음소리’는 슬픔이자 때로는 큰 가르침이고 큰 깨달음이다. 울음소리의 본질은 정령精靈의 울부짖음이다. 옛 선비들은 달밤에 연꽃 피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인생관을 연마했다. 그렇기에 수매미가 우는 것은 유희가 아니라 종족 보존을 위하여 암매미를 부르는 것이다. 집단으로 울어대야 암매미가 찾아 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한 마리가 울면 울음소리를 따라 떼거리로 운다. 암매미는 일생동안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죽는다. 흔히 말하는 벙어리매미가 바로 암매미다. 암매미는 또 귀머거리라 소리를 듣지 못하고 뱃속의 막으로 진동을 느낄 뿐이다. 수매미는 죽기 전에 짝을 지어 생의 임무를 마감하는 것은 짧고 굵게 유종의 미를 거두는 셈이다. 암매미는 잠깐 살다가 나뭇가지 작은 구멍이나 껍질에 알을 낳고 죽는다. 우리는 매미 못지않은 영혼의 높은 음으로 삶을 노래해야 한다. 아름드리나무에 붙은 콩알만 한 매미가 그리워진다. 조선 후기 실학자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년~1791년)의 시 ‘매미에게 묻고 매미가 대답한다(問蟬蟬答四絶)’를 너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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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5 [17:2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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