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의 시와 맑은 글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452회> 첫밥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23/01/01 [18:50]

새해 첫날 첫밥을 먹습니다

 

지구의 둥근 상에 

몸이 흰 사람

몸이 누런 사람

몸이 검은 사람

빙~

둘러 앉아 

쌀밥같이 웃으며 첫밥을 먹습니다

 

한 해의 평강과 전쟁 없는 세상을 

아침상에 차려놓고

숟가락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

화음이 되어

우주의 거대한 귀를 즐겁게 합니다

 

인종도 국적도 따지지 않고 

으스러져라 껴안고 

세상인이 함께 먹는 밥

첫밥은

가난과 질병에서 해방되는 고봉밥입니다

 


 

 

▲ 정성수 시인     © 울산광역매일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식욕이다. 기쁠 때도 서글플 때도 분노할 때도 우리는 밥을 먹는다. 생존을 위해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밥을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밥이 삶의 전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서 먹는지? 생각할수록 아리송하다. 좋은 사람과 밥을 먹어 본 사람은 밥을 먹는다는 것은 소소한 행복임을 안다. 한동안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광고 멘트가 인기를 끌었다. 밥이라는 말에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미는 사람이나, 눈가가 촉촉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는 한 끼의 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고군분투孤軍奮鬪한 시절이 있었다. 삼시세끼라는 말에는 밥을 잘 챙겨 먹는다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밥상머리에서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는 가족을 끈끈하게 묶는다. 불신과 불목의 시대에 대화할 상대가 많지 않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배를 채우는 것은 밥이지만 빈 가슴을 채우는 것은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이다.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의 얼굴이 있었다. 가끔 친척이나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간식처럼 앉아있었다. 요즘은 혼밥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혼밥?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01/01 [18:50]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