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난해하다는 것에 대해서
난해하다
그것은 원래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는 것 아니겠어?
난해한 네가
내게 보여주는 시가 난해하다
도무지 어디가 머리고 어디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지
첫 행에 눈길을 주다가
중간은 건너뛰고 끝부분에 가서는
이것도 시냐?
난해가 극치를 이루었을 때
난 네가 싫다
난해한 시가 싫다
평론가들조차 난해한 너의 시를 난해해 한다
쓸 말이 없거나 해 줄 말이 없으면
시가 좋데 나 어쩐데 나
그 말조차도 나는 난해하다
사람이 난해하니 시가 난해하다
시가 난해하니 세상이 난해하다
시를 난해하게 쓴 시인은 중국 이상은李商隱(812~858)과 우리나라 이상李箱(본명 김해경 : 1910~1937)을 들 수 있다. 당唐나라 말기 이상은은 변려문의 대가이자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두목杜牧(803~852)와 함께 `만당晩唐의 이ㆍ두`로 칭송받는다. 그의 시가 서곤西崑으로 불리게 된 것은 북송의 양억楊億(974~1020) 등이 이상은을 모방하여 `서곤체西崑體`라는 시체가 풍미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상은의 시는 난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철학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관능적이며, 때로는 상징적이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달제어獺齊魚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수달이 잡은 고기를 먹기 전에 깔끔하게 정돈해놓는 것처럼 시를 지을 때, 주위를 두르고 나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시인 이상은 1930년대 국내에서 선구적인 모더니즘 작가로서 약 6년간 2천여점의 작품을 집필하였다. 그의 작품은 한국 근대 문학이 국제적ㆍ선진적 사조에 합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초현실주의 개척자로도 평가받는 반면, 인간의 인식 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1931년에 발표한 `이상한 가역반응`을 비롯하여 `오감도`, `거울` 등은 전통적 시와는 거리가 멀어 독자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의식 세계에 대한 내시적 추구를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난해한 시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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