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꽃 피는 날
 
하송 시인
 
▲ 하송 시인   

얼마 전입니다. 쉬는 시간에 복도를 지나면서 무심코 유치원 창문을 바라봤습니다. 선생님이 스마트 폰을 보며 미소 짓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기분 좋은 문자를 받았나보다는 생각과 함께 미소가 지어졌습니다.잠시 후에 그 선생님한테서 메신저 쪽지가 왔습니다. 확인해보니 진달래 꽃 사진이었습니다. 지인이 산에 올랐다가 올해 첫 진달래꽃을 보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고 했습니다. 진달래꽃 사진을 보고 그렇게 환하게 웃었던 거였습니다. 사진 속에서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연분홍 꽃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원래도 좋아하는 꽃이지만, 기쁨을 함께 하려는 지인들의 고마운 마음이 보태져서 유난히 더 예쁘게 다가왔습니다. 문득 꽃과 관련해서 얼마 전 일이 떠오릅니다. 3월 말경, 인근 지역에서 벚꽃 축제에 대한 안내가 떠들썩했습니다. 꽃이 피기에 시기가 이른 것 같아서 검색을 했더니 홍보와 함께 화사한 벚꽃이 만개한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이상하다. 여긴 아직 꽃 필 생각을 안 하는데.`


위치가 비슷한 지역이라서 의구심이 생겼지만 기대를 잔뜩 안고 출발해서 갔습니다. 벚나무가 있는 천변이 가까워지자 차량 통행을 금지해서 우회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골목골목 들어가서 주차장 구석의 빈 공간 하나를 어렵게 찾아내서 주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두툼한 겨울 롱 패딩 입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만 겨울옷 입은 것이 아니기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화사한 벚꽃을 기대하며 천변에 도착해보니 벚나무는 썰렁한 채 바람만 세차게 애드벌룬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기대 반 염려 반이었는데 실망감이 훅~ 밀려왔습니다. 유일하게 한 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 벚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습니다.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 먹거리 판매장인 천막으로 갔습니다. 첫 번째 천막에는 젊은 부부 상인이 울상인 채 문어꼬치를 팔고 있었습니다. 원래 다음 주가 축제 예정이었는데 개화시기가 빠를 것이 예상되어 1주일 앞당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꽃이 안 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내가 꽃을 못 보는 서운함은 뒤로 가고 주최 측인 지자체와 상인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길을 지나는데 천막 안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보니 눈썹이 유난히 진하고 선이 굵은 얼굴의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내가 서울에서 벚꽃 보려고 먼 길을 왔는데 꽃이 하나도 없고 이게 뭐야. 시장 나오라고 해. 손해배상 청구해야겠어."추위에 덜덜 떨면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오지랖을 안 부리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나섰습니다.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좀 전에 상인 부부에게 들었던 말을 부드럽게 전했습니다. 그러자 다행히 아저씨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습니다. 같은 관광객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니까 이해가 된 듯했습니다. 벚꽃을 못보고 찬바람만 쐬고 온 것보다 그 아저씨의 화난 얼굴과 고성이 더욱 오랫동안 마음을 무겁게 눌렀습니다.


이제 봄기운이 완연해졌습니다. 유치원 선생님과 학교 옆 동산을 올랐습니다. 유치원 화전 요리실습 준비로 진달래꽃을 따러간 것입니다. 길이 험해서 나무막대기를 짚고 `헉헉~` 거리면서 진달래꽃이 만발한 정상에 겨우 올랐습니다. 1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지내면서 매서운 꽃샘추위 속에서 피어난 꽃을 향해서 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을 딸 때마다 "미안해!" 하며, 한 줌만 따서 그릇에 소중하게 담아왔습니다.

 

드디어 유치원 요리실습 시간에 화전을 부쳤습니다. 가까운 교실인 1학년 아이들에게도 한 개씩 맛보라고 가져다주며 진달래꽃으로 만든 화전이라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러자 한 여자아이가 말했습니다. "꽃이 아프겠다." 순간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꽃은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기쁨을 주는 것으로도 부족해서 먹는 기쁨까지 선물해줍니다. 우리 인간은 자기 뜻대로 안 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평을 하다못해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곤 합니다. 어린 아이들과 진달래 꽃 앞에서 새삼 부끄러워지는 봄날입니다.


 
기사입력: 2019/04/09 [15:3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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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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