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괜찮으세요?"
요즘 하루에 수십번씩 듣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저녁에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환청이 들릴 정도입니다.
`응급처치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우리 학생들이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를 두 번 하며 `의식 확인`을 해야 합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목소리가 작았던 아이들이 이젠 제법 똑똑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가 지어집니다.
올해 새 학교로 옮겨와서 RCY(청소년적십자) 단원을 모집하고 몇 번의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체험학습 행사 위주였는데 이번 행사는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응급처치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어느 학년을 데리고 참가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활발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4학년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역시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대상인 1등 수상 팀에겐 1인당 10만원씩 문화상품권이 부상으로 주어진다고 설명하니, 열심히 할 테니 꼭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5학년 아이들은 부모님께 여쭤보겠다고 하고 6학년은 너무 바빠서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눈동자를 반짝이며, 경연대회에 꼭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4학년을 참가시키기로 했습니다.
적십자사에서 강사를 파견해준 덕분에 1회 첫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 팀이 여학생 네 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명이 축구 선수로 출전하는 날과 겹쳐서 응급처치 경연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급하게 한 명을 다시 선정하려는데 여자아이들이 남학생 한 명을 추천했습니다.
그래서 차분한 여학생 세 명과 움직임이 활발한 남학생 한 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심폐소생술로 인공호흡과 가슴압박을 하는데, 아이들이 키가 작고 몸집도 작아서 딱딱한 `애니 인형` 상대로 5cm 들어가도록 가슴압박 하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그러자 응급처치 강사가 힘 있는 6학년 학생으로 선발해서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를 권했습니다.
고민이 되었습니다. 힘 있는 6학년으로 선발해서 참가하면 연습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경연대회에서 유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하는 것 한 가지만 생각하면 6학년을 참가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체격과 체력이 안 따라주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4학년 아이들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힘이 부족한 4학년 아이들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연습시켜보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수상 못해도 아이들이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심폐소생술에 대해서 확실하게 익히게 되고 또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때의 멋진 추억을 선물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그 외에 시간 나는대로 네 명을 불러서 응급처치 연습에 돌입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에 지사에서 교육을 시켜주는 날에 맞춰서, 아이들을 태우고 가서 추가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경연대회를 앞두고 1주일 동안 연습할 날이 월요일 하루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월요일 점심시간에 아이들을 기다리는데 오질 않았습니다. 급식실에 갔더니 없었습니다. 강당에 갔더니 해맑게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데 이렇게 놀고 있으면 되겠냐며 아이들을 나무랐습니다. 지금이라도 하기 싫으면 다른 학년 시키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화요일은 아이들이 현장학습가서 연습 못하고, 제가 출장가는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연습하는 아이들을 지켜봐 주길 다른 선생님한테 부탁했습니다.
짧은 일정 때문에 충분하게 연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드디어 11월 4일 토요일 `응급처치 경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다른 팀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우리 초등부 출전팀은 총 다섯팀이었습니다.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여덟팀이 상을 받기 때문에 혹시 꼴등을 해도 등수 안에 들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수상권 안에 들지 못하면 크게 실망할까 봐 걱정되었는데 한시름 덜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6학년 아이들 틈에서 역부족으로 5등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이들은 상장과 1인당 1만원의 문화상품권에 무척 기뻐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응급처치하는 우리 아이들이 인상 깊었나 봅니다. 우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KBS지방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저녁 뉴스에 인터뷰하는 아이들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기뻐하는 아이들 모습에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