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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회> 커피 믹스와 모닥불
기사입력  2022/11/08 [18:56]   하 송 시인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아들이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사촌 동생 둘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은 공부했던 취업 시험에 합격하고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 여행을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미루어 오다 드디어 가게 된 것입니다. 

 

 세 명이 일정을 짜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사촌 끼리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것이라 더욱 설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출국 전날 이태원에서 가슴 아픈 일이 발생했습니다. 애들은 자기 또래들에게 닥친 슬픈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심란한 채 출발했습니다. 

 

 날마다 이태원 뉴스를 접하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통곡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으로 100프로 공감되며 슬프고 우울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즐비하게 놓인 채 주인을 찾는 너덜너덜해진 옷과 신발, 소지품의 유품을 보면서도 역시 눈물이 흘렀습니다. 

 

 학교에 공문이 왔습니다. 국가 애도 기간에 검정 리본 패용을 권장한다고 했습니다. 의무가 아니고 권장이었지만 즉시 만들어서 왼쪽 가슴에 달았습니다. 모두 우울한 가운데 학교 분위기도 침울했습니다.

 

 아들은 온종일 연락이 없었습니다. 첫째 날 밤, 숙소에 잘 돌아왔냐고 톡을 보내자 방금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멀리 가서 눈물이 난다고 하자, 쑥스러워하는 이모티콘을 보내왔습니다. 팬데믹 이후 처음 여행 간 아들이 마음 편히 쉬고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뒤론 연락을 자제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6일 매몰된 광부 두 분이 구조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슴 아픈 소식이 자꾸 쌓이니 슬픔도 따라서 커져만 갔습니다. 

 

『아버지

 밖에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힘내시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 주세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아들이 아버지께 드린 편지입니다. 진통제와 함께 갱도 안으로 넣어드리는 장면에서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두 분이 생존해있다는 확신도 없고 지금 넣어드리는 물품을 받아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시가 급한데 시일이 자꾸 흘러서 9일이 지나고 있으니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드디어 사고 후 9일 만에 지하 190m에서 고립된 광부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아버지가 걸어 나오셨어요."

 

 아버지의 생환을 학수고대하던 아들이 기쁨에 들떠 외친 말입니다.

 

 반드시 살겠다는 두 분의 굳센 의지, 지식, 지혜, 희망과 구조대원들의 노력이 합쳐져서 이렇게 귀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333 생존 법칙`이 있습니다. 인간이 살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기, 물, 음식입니다. 인간은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 동안 생존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커피믹스로 허기를 달래며 갱도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고, 비닐 텐트를 쳐서 보온 유지하며 산소가 풍부한 것을 확인 후에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습니다. 바로 구조될지 알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습니다. 

 

 커피믹스도 떨어져서 물만 마시고, LPG도 진즉에 떨어지고, 안전등도 꺼지고, 라이터도 소진되고 땔감 나무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된 것입니다. 두 분이 서로 의지하고 힘을 북돋우며 침착하게 대처한 덕분에 구조될 때까지 생존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두 분은 건강 상태가 양호해서 중환자실에 가지 않았습니다. 일반 병실 1인실을 권했지만 두 분이 2인실을 원해서 함께 입원 중입니다. 지금도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하시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계속 악몽을 꾸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에 걱정됩니다. 

 

 사고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고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광산 안전 점검을 담당하는 관계기관들이 제대로 갱도 확인을 했으면 이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형식적인 안전 점검을 지적했습니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 모든 시설 및 행사에서 안전 점검과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겠습니다. 광부 두 분의 생환을 축하드리며 10월 29일 유명을 달리 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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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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